
한국관광공사와 지역자치단체가 'BETTER里(배터리)' 사업을 통해 인구 감소로 쇠락하던 마을 곳곳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Better(더 나은)'와 마을을 뜻하는 '里(리)'의 합성어인 BETTER里는 인구감소지역에 관광 인구를 충전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단순한 관광 유치가 아니라 관광을 매개로 한 지역 재생을 통해 마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관광을 통해 지역에 자립의 힘을 심고, 소멸 위기 마을을 '활기 넘치는 마을'로 바꾸겠다는 공사와 지자체의 의지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사업 확대를 통해 관광객 5000여 명을 유치하고 매출 1억5000만원을 올리며 인구감소지역이 '사람이 머무는 지역'으로 바뀌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등 여러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농어촌·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이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자체들은 인구·경제 기반이 급격히 약화되는 위기감을 안고 있다.
BETTER里 사업은 바로 이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공사는 ‘관광생태계 혁신·성장을 통한 관광산업 성과 창출’이라는 전략 방향을 갖고 해당 사업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공사는 2023년 경북 영주에서 첫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공사, 지자체와 관광벤처기업이 협업해 지역의 유휴공간, 문화자원, 특산품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공사가 참여 관광스타트업 사업화 및 지자체 협업 지원, 사업 운영 총괄, 홍보 및 판로 지원을 맡았고, 지역관광과 전문기관 등은 관광스타트업 사업모델 컨설팅 및 콘텐츠 육성에 힘을 쏟았다. 참여 기업들은 맞춤형 사업모델 개발 및 지역 현지 사업장 운영에 땀을 흘렸다. 여기에 지자체는 지역 내 행정 및 사업 추진과 홍보 및 판로를 적극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봉화·안동·제천·단양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각 지역은 특색 있는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머무는 여행'을 목표로 한 체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경북 봉화는 다섯 개 기업을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 생태계를 구축했다. 관광벤처 (주)블랭크는 오래된 빈집을 개조해 '유휴하우스'를 운영했다. 여행자가 한 주간 머물며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일주일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주)로컬앤라이프는 농촌과 자연을 결합한 체험 플랫폼 '프루떼'를 운영했다. △유록마을의 '조선 천문학자의 별 이야기' △대정연가의 '힐링 다이닝 & 감성 도자기 드로잉 체험' △강아지마을의 '대형견과 함께 걷는 봉화 숲길' 등으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꾸렸다.

충북 제천은 '영화와 음악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관광으로 확장하고 있다. 외국인 주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엔코위더스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에 맞춰 지난 9월 1박 2일간 외국인 대상 '시네마 힐링 투어'를 운영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연계해 자연(청풍호, 의림지)과 영화를 결합한 테마형 투어다. 제천의 대표 문화자산인 영화제를 단순 관람에서 끝내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을 '콘텐츠 창작자'로 변모시킨 것이 특징이다. '지역 축제'를 '앵커 콘텐츠'로 활용해 지역 내 다른 관광 자원까지 엮어내는 '종합 관광 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빈집과 농가, 골목이 변화의 무대가 된 BETTER里 사업은 단순한 방문이 아닌 ‘머무르고 함께하는 경험’으로 방향을 설계하고, 관광의 힘으로 지역의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아직은 작은 시도지만 이 움직임이 ‘머무는 마을’과 ‘함께 사는 마을’로 이어진다면 지방소멸 시대에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공사는 참여 기업의 실증 결과를 토대로 'BETTER里 2.0' 모델을 구체화하고 홍보와 판로 지원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의 자생적 관광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BETTER里 사업 규모는 더 커졌다. 경기 가평과 전북 무주가 새롭게 합류했다. 가평은 △여행과 러닝이 결합된 2040 런투어 △자연환경을 활용한 워케이션(Workation) △반려동물 동반 여행 등 신개념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무주는 △독서여행 △디자인 워케이션 등 라이프스타일형 관광 모델을 앞세워 체류형 여행지로 변모했다.
강종순 공사 관광기업창업팀 팀장은 "이 사업은 '배터리'라는 이름처럼 지역과 관광기업이 공존하며 '더 나은 마을(BETTER里)'을 만들고자 시작되었다"며 "작지만 지속 가능한 체험형·체류형 관광 모델을 확산시켜 지역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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