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경의 오션노트] "선점 못하면 도태" K-해운, AI 기술 확보 경쟁 본격화

  • 관세·운임·규제 3중 압박에 AI 경쟁 치열

  • K-해운, 운항 데이터·플랫폼 투자 확대

  • "디지털 전환, 비용·기술적 한계 有...지원 필요"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항 중인 모습이다 사진HMM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항 중인 모습이다. [사진=HMM]
해운업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새로운 격변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자율운항·디지털 물류관리 등 첨단 기술 투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국내 해운업계도 기술 확보 선점에 나섰다. 선박 운용에 있어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좌우되는 만큼 관련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들이 선박 운항에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HMM이다. HMM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1조원의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먼저 HMM은 오는 2030년까지 디지털컨테이너해운협회(DCSA)가 주도하는 전자선하증권(eBL)을 100% 도입할 계획이다. DCSA는 종이 선하증권을 전자선하증권으로 전환하면 65억 달러의 직접 비용을 절감하고, 연간 300억~4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무역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HMM은 또 국내 해운업계 최초로 온라인 예약 플랫폼 '하이큇(HMM Instant Quote, Hi Quote)을 운영 중이다. 하이큇은 전화, 팩스, 이메일 또는 영업사원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이뤄줬던 선복 구매 가능 여부, 견적 확인 등을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는 자사 플랫폼이다.

선박과 선원의 안전관리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AI 영상분석 솔루션 '딥아이즈(Deep Eyes)'를 통해 AI 영상인식 기능이 탑재된 CCTV를 선박에 설치, 이를 통해 선원들의 이상 상황을 자동 감지해 경고한다.

이외에도 팬오션은 조선사들과 함께 자율운항 및 안전관리용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SM상선은 AI를 활용해 선박의 연료 소비량과 항로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운항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이 AI 기반 솔루션을 선박 운항과 선대 관리 전반으로 확대하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해상 물류 환경이 있다. 운임 변동성과 연료비 상승, 탄소배출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위기가 맞물리며, AI를 통한 운항 효율화와 의사결정이 사실상 해운사들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해운업은 전통적으로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해온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역 전쟁 및 기상·항만 혼잡도 등의 외부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과 분석의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머스크(Maersk)와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선대 전체를 연결한 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AI 기반 항로 최적화 시스템을 상용화한 상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 강화 움직임도 AI 수요 확대에 불을 지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AI를 활용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항로를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국 해운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 기술 도입에 대한 투자 부담 및 디지털 역량 부족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해운사가 디지털 전환에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선복량 확대 경쟁보다 AI 기술력 확보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에 있어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우위를 좌우할 핵심 요소인 만큼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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