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5년간 해외서 과태료만 560억…"진출 패러다임 바꿔야"

  • 새 먹거리 찾아 해외 거점↑…976개에서 1599개로

  • 현지 은행선 금융사고까지…"질적 진출 전략 必"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이 해외 거점을 우후죽순 늘리면서 현지 당국의 제재를 받고 금융사고 리스크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외형 확장에서 벗어나 내실 강화를 통해 해외 진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4대 금융이 해외 감독당국, 과세당국 등에서 받은 제재는 총 141건으로 집계됐다. 제재 대부분은 과태료 처분이었는데 금액을 모두 원화로 환산하면 560억원에 이른다.

제재 건수로는 KB금융(52건)이 가장 많았고 금액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가장 많은 과태료 380억4002만원(39건)을 부과받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31건(65억6392만원), 19건(15억4598만원) 등이었다.

한국 금융지주사가 해외에서 대규모 제재를 받은 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단기간에 해외 거점을 폭발적으로 늘린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4대 금융의 해외 거점 수는 2020년 6월 말 976개에서 올해 6월 말 1599개로 연평균 100개 넘는 거점이 해외에 신규 설립됐다. 같은 기간 국내 거점 수가 4808개에서 4319개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 금융규제와 시스템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외연 확장에 나선 탓에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은행(98.9%, 553억5525만원)이 제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1년 18건에 불과했던 4대 은행 현지법인이 받은 제재 건수는 2023년 35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선 현지 은행 점포의 금융사고까지 잇따랐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에서 배임 사고(18억원)와 비정상 거래(31억원)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 6월 외부인에 의해 1000억원대 사기 사고가 발생했다. 하나은행 멕시코 법인은 2022년 진행했던 종합감사에 대한 결과로 여신 매뉴얼 일부 내용 오류 등을 지적받으며 올해 2월 4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에 양적 확장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전략으로는 글로벌 금융환경의 복잡한 규제와 경쟁을 뚫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해외 제재 건수가 급증하는 등 리스크 관리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점포 확대에서 벗어나 내부통제·법무·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역량 강화로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신한은행 해외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일본)은 최근 5년 동안 해외 감독당국에서 제재를 단 한 건도 받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베트남과 일본 현지 법인이 글로벌 전체 순익의 54%를 차지할 정도로 신한은행 글로벌 사업이 가장 활발한 두 축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신한은행은 일본과 베트남의 진출 역사가 길어 상대적으로 내부통제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현지 감독당국과 협의 채널을 상시 운용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적 우산을 만들어주고, 금융사는 내부통제·법무 역량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K-금융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질적 진출 전략이 없는 양적 팽창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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