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산업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토대로 K-뷰티, 부동산, 에너지 등 3대 신사업에 진출하며 회사 성장을 도모한다.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섬유 사업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중심으로 개편해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굿모닝시티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하고 화장품 제조·매매(K-뷰티), 부동산 개발, 에너지 관련 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하고,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안건 등을 의결했다.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는 주총에 앞서 "태광산업의 미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정인철 미래사업총괄, 석화 전문가인 이부의 사업총괄 등과 함께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회사가 갑작스레 정관을 변경한 이유는 애경산업, 메리어트 남대문 등을 인수해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에 있다. 태광산업과 태광그룹 계열 사모펀드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는 이달 초 약 4300억원을 투자해 케라시스·2080 등 생활용품 브랜드와 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의 지분 약 63%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어 태광그룹 계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흥국리츠운용과 함께 2500억원을 투자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인수한다. 이번 인수로 태광산업과 계열사 흥국생명은 회사가 보유한 남대문 일대 6개 건물을 활용해 해외 관광객을 맞이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태광타운(가칭)'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태광산업이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서는 배경에는 주력 사업의 침체가 있다. 원자재 가격 불안과 중국의 대규모 석화 증설, 세계 경기 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면방공장 철수, 저융점 섬유 사업 정리, 중국 스판덱스 공장 운영 중단 등을 결정해야만 했다. 신사업으로 다운턴(불황)을 견뎌내면서 사내이사인 이 사업총괄 주도로 석화·섬유 사업을 모다크릴, 아라미드, NaCN(시안화나트륨) 등 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기업 가치 제고라는 점에서 회사 행보에 일단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트러스톤의 대리인 자격으로 임시주총에 참석한 윤상녕 변호사는 "태광산업이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에 트러스톤도 특별히 이견은 없다"며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 간에 괴리가 큰 만큼 주주 가치 제고도 병행해 달라고 사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사업 진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사측에 주어진 과제다. 태광산업은 사업구조 재편에 약 1조5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지난 6월 자사주 전량(24.41%)을 교환 대상으로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을 결의했다.
여기에 티브로드 잔여 지분을 SK그룹에 매각해 확보한 7000억여원 등을 더해 신사업 비용을 충당하려 했으나 EB 발행을 놓고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일었다. 이에 트러스톤은 EB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10일 이를 기각했다.
그렇다고 EB 발행을 강력히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데다가 경찰이 1대 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고발인 조사에 나서면서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EB 발행과 관련해 가처분 소송 판결 이후 주주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과 정부 정책, 시장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와 주주의 공동 이익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0월 중 이사회를 개최해 EB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확한 사업 비전을 제시한 K-뷰티, 부동산과 달리 에너지 사업 방향성이 모호한 것도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광산업은 단기적으로 전선 케이블 소재 또는 송배전 설비 기업의 인수합병을 진행한 뒤 중장기적으로 소형모듈원전(SMR)과 신재생발전 기업에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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