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화웨이를 앞세워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수출통제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9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명단에 있는 기업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자동으로 수출통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수출통제를 적용받는 기업의 자회사더라도 수출통제 명단에 없으면 수출통제에서 제외됐고, 이 때문에 수출통제 대상인 화웨이 등은 자회사를 만든 뒤 그 자회사를 통해 미국의 기술을 수입할 수 있었다.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너무 오랫동안 (규제) 허점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을 저해하는 수출을 가능하게 해왔다"며 "이 행정부에서 BIS는 허점을 메우고 수출통제가 의도대로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지난 수년간 화웨이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CA) 등과 같은 중국 기술 기업들을 제재하기 위해 이 명단을 활용해 왔다고 짚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즉시 성명을 내고 미국에 잘못된 행동을 즉각 바로잡고 "중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억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이같은 기술 업계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자립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화웨이가 자사 주력 제품인 어센드(Ascend) 910C 칩을 내년에 약 60만 개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올해 생산량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화웨이는 어센드 제품군 전체로는 최대 160만 개의 다이(칩 회로가 들어가는 기본 실리콘 부품)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센드 910C는 두 개의 다이를 하나의 칩셋에 담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사용한다.
화웨이 칩 생산 확대 계획은 중국이 엔비디아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 당국은 최근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최신 중국 전용 AI 칩 구매를 금지하는 등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엔비디아 대신 화웨이 등 자국산 칩을 사용하라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엔비디아 고객 확보를 위한 화웨이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이달 초 어센드 950, 960, 970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칩 개발을 이어가 엔비디아 차세대 칩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제품군을 구축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한편 미국의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앞서 스페인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하루 앞둔 12일 미국 상무부가 수출통제 명단에 지무시 반도체 등 중국 기업 23곳을 추가했을 때, 중국은 미국의 협상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의 반덤핑 조사로 즉각 반격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이 이번에는 특별히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이미 수출통제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 자회사를 우회책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무역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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