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개입 논란 속에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몰도바 총선에서 친유럽 성향의 집권 여당이 승리를 거뒀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개표율 99.5% 기준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행동과 연대당(PAS)’은 50.15%를 득표했고, 친러 성향의 제1야당 ‘애국블록(Patriotic Bloc)’은 24.2%를 얻었다. 또 다른 친유럽 정당 연합인 '대안 블록'과 포퓰리스트 '우리 당'도 각각 8%, 6.2%로 뒤를 이었다.
몰도바 의회는 101석 전석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 이에 따라 PAS는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 정부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 최종 결과는 30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총선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몰도바가 추진해온 유럽연합(EU) 통합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평가됐다. 특히 투표를 앞두고 러시아의 개입 의혹이 잇따르면서 진영 간 대립이 한층 격화됐다.
몰도바 당국은 지난 22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대규모 소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74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몰도바 사이버보안청도 "선거 시스템을 겨냥한 다수의 사이버 공격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실시간으로 차단돼 선거 서비스의 가용성과 무결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리로 PAS는 2030년까지 EU 가입을 목표로 한 통합 노선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크리스티안 칸티르 오클랜드대 국제관계학 부교수는 AP통신에 "PAS의 승리는 몰도바 내 친유럽 세력의 명확한 승리이며, 향후 몇 년간 궁극적인 목표인 EU 통합을 향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연속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회 과반을 확보했다고 해도 안정적인 정부 운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몰도바 싱크탱크 '워치독(Watchdog.md)'의 안드레이 쿠라라루 분석가는 AFP에 "PAS가 단독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능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크렘린은 이미 너무 큰 공작에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를 선동하거나 PAS 의원을 매수하는 등 친유럽 연정 구성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반도의 3분의 1 수준 국토에 인구 260만명인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EU 회원국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다.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했지만 러시아의 지속적인 간섭 의혹,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불안 등으로 오랫동안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외교·안보 균형을 모색해왔다. 몰도바는 2022년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후보국 지위를 획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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