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동맹 新 이정표]"첨단 반도체 '쩐의 전쟁', 韓日 협력으로 공동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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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로 한·일 경제협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가 양국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은 필수 소재와 제조 장비 공급에 강점을 지녀 상호 보완적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산업에서 한·일 협력은 연구개발(R&D), 기술 표준화, 비용 절감, 공급망 공동 대응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28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양국이 반도체 생산 역량과 원천기술, 소부장을 결합해 응용기술을 공동 개발한다면 보호무역주의나 경제민족주의가 확산하는 '뉴노멀' 시대에도 상생 발전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일본과 협력하는 것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에 400억엔을 투자해 R&D센터를 설립 중이다. 칩 미세공정의 한계로 반도체를 쌓고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본에는 관련 소부장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가 세우는 요코하마 R&D센터 인근에는 세계적 수준의 패키징 연구 역량을 갖춘 도쿄대가 있어 산학연 협업이 기대된다. 회사 측은 2026년 센터 본격 가동과 함께 일본 연구진과 협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SK그룹도 지난해 10월 'SK재팬'을 출범시키고 현지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한·일 경제협력 과제 발굴, 일본 반도체 소부장 유망 기업 탐색, AI·에너지·데이터·친환경소재 분야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조직이다. SK재팬 관계자는 "한·일 경제협력이라는 이상을 실질적 비즈니스로 구현하기 위한 전략을 종합 설계하고 있다"며 "일본 사회 내에서 담론을 형성하고, 실제 협력으로 이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 일본법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일본 소재·부품·장비를 활용해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 반도체업체 키옥시아 지분을 기반으로 현지 공장을 HBM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이 강점을 결합해 반도체 공급망을 통합한다면 회복 탄력성을 갖춘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수요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 파트너십 강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66.2%, 일본 기업 중 75.5%가 상대국 파트너와 협력하는 데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한국 기업 중 94.5%, 일본 기업 중 95.9%가 향후 협력을 확대하거나 유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데라다 다카시 일본 도시샤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한·일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에 특화돼 있지만 영역이 겹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이라며 "공동 R&D, 기술 표준화, 비용 절감 등에서 협력할 여지가 크고 미·중 경쟁 심화와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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