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AI 경쟁 심화…금융위·산업부 영역 확대에 분주한 과기정통부

  • 신규 AI 관련 과제 60건 넘어서, AI 투자 생태계 육성에 총력

  • 산업부와는 '피지컬 AI' 경쟁 속 협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 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 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역대급 규모의 인공지능(AI) 지원에 나서면서 금융위, 산업부 등 범부처 간 AI 정책 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발표하며 금융·투자 분야 입지를 강화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총리급 격상을 앞세워 벤처캐피털(VC)과 직접 만나 AI 스타트업을 위한 모험자본 투자를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해온 로봇 분야 역시 AI 반도체 공동 사업을 계기로 협력 구도가 마련되면서 기술·산업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금융위와 산업부가 각각 투자·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과기정통부의 업무 부담도 커졌다. 로봇 등 기존 산업부 주도 영역까지 관여 범위가 넓어지면서 연구개발(R&D) 기획, 예산 확보, 인력 양성 등 전선이 확장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부처 간 견제와 협력을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복잡한 구도 속에서 내부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 전략 수립, 예산 편성, 스타트업 투자 등 모든 영역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최근 신규로 올라오는 AI 관련 과제만 해도 60건이 넘는다. 여기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와 추경예산안(추경) 대응까지 겹치면서 장관 보고가 잦아지고 있다"며 "업무 전선이 워낙 넓다 보니 부처 내부도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살려 투자 방향을 세밀하게 설계, 단순 금융 자금 지원이 아닌 기술과 혁신 중심으로 AI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위의 대규모 펀드 구상과는 별개로, 기술력 중심의 모험자본 투자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하청 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만 보는 투자 모델'을 직접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는 기술력과 혁신성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환경을 마련해보고자 한다"면서 "스타트업이 보다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를 주관하며 150조원 규모 펀드를 공개했다. 행사에는 관계부처, 산업계, 벤처·금융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에 대응해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도 국내 주요 VC를 초청, AI 혁신펀드 3000억, 우정사업본부 펀드 1000억 등 총 7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독려했다.

과기정통부는 2030년까지 총 4조3000억 규모 AI 펀드를 조성,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이 기술력 중심으로 성장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상호 경쟁 속에서도 협력하는 긴장감 있는 공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두 부처는 피지컬 AI와 AI 반도체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이 체결되면서 로봇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게 됐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로봇 산업을 주도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로봇'이라는 단어 사용에 제한을 받았으나, 이제는 과기정통부도 로봇이라는 용어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번 협업을 통해 과기정통부는 산업부를 통해 주요 기업에 AI 반도체를 적용할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달 초 과기정통부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되면서 과학기술·AI 관계장관회의 신설이 예정돼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부총리급 격상과 함께 인공지능국가전략위원회를 직접 주관하면서 AI 액션 플랜 등 주요 아젠다를 과기정통부 중심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술과 혁신에 기반한 AI 생태계 조성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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