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이 치솟고 있다. 말그대로 '금값'이다. 올 들어 9개월 새 국제 금시세 상승률은 40%를 넘는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로 코로나19 팬데믹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승률도 훌쩍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주된 요인으로 달러가치 하락을 꼽는다. 장기간 '금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 기준 온스당 3706.34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올 들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올해 1월 이후 이달 22일까지 상승률은 41.3%로 코로나19 때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던 2020년(18.2%)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가 극대화됐던 2009년(24.8%)보다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거래 열기도 뜨겁다. 지난 9일 KRX금시장에서 하루 금 거래량은 처음으로 1톤을 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현재 추세라면 연간 거래량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금값이 급등하는 배경에는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전쟁으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금 현물뿐 아니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이 발전하고 있는 점도 금 투자 접근성을 높이며 상승세에 힘을 싣고 있다.
앞으로도 금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금협회(WGC)가 72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각국 중앙은행 43%가 향후 1년 내 금 보유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금 보유를 줄이겠다는 중앙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상승은 단기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 요인과 심리가 맞물린 결과”라며 “앞으로도 금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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