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당시 국방 수장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했다. 지난 7월 2일 특검 출범 이후 83일 만이다. 특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개정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수사 기간이 최대 11월 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3분 서초구 특검사무실에 출석하며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짧게 말했다. 특검은 그를 상대로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 보고 결재 과정,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 기록 이첩 보류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 ‘VIP 격노설’의 핵심고리로 지목돼 왔다. 지난 7월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VIP 격노’ 회의 직후 대통령실 직통번호로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조사할 내용이 많아 세 차례 이상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가 본격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재소환하고,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도 여섯번째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신 전 차관은 이첩 보류 논의 과정에서 이 전 장관과 협의한 정황이, 김 전 사령관은 초동 수사 결과 보고와 영장실질심사에서의 진술 번복이 쟁점이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을 24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종호 전 해군참모총장은 참고인 조사에 불출석해 공판 증인 신청 방침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도피성 출국 논란을 일으켰고, 지난 17일 참고인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먼저 대사직을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출국을 기획·추진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에 따라 순직해병 특검 수사 기간은 ‘30일씩 2회’까지 연장이 가능해졌다. 기존대로라면 오는 29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최대 연장 시 11월 말까지 수사할 수 있다. 정 특검보는 “직권남용 혐의는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투게 되는 만큼 진술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10월에는 실질적인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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