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하면서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등 굵직한 신사업 인가를 앞두고 있는 증권사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조직 개편의 여파로 인가 절차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내에 IMA 인가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회사들은 지난 7월 IMA를 신청했다. 뒤늦게 자기자본 8조를 채우며 IMA 도전장을 낸 NH투자증권의 현장 실사는 인가 신청을 받은 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중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발행어음 심사도 다음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7월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메리츠·삼성·신한투자·키움·하나) 중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먼저 받은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오는 26일 금융감독원 심사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3개 회사는 아직 일정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인가와 관련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 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은행(IB)만이 자기자본의 최대 200%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IB(기업금융)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체급을 키우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가다.
IMA는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만 할 수 있는 사업으로 2016년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으나 실제 인가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MA 인가를 받는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자기자본의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행어음보다 한 층 강력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달 초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이 예고되면서 심사 절차에도 차질을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감독정책 기능만 남겨 금융감독위원회로 바뀐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역시 신설될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된다. 금융감독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기존에 진행하던 신사업 인가 작업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개편의 범위와 대상이 넓어 사업의 책임 주체와 실무 인력에 있어서도 변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당국 내부 사기가 꺾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전언이 다수 나온다.
연내에 인가 발표가 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규정상으로는 인가 신청을 받은 뒤 최장 3개월 내에 결과를 알려주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심사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자료 제출 요구 등 추가 절차가 생기면서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MA·발행어음 인가는 증권사 입장에서 중요한 신사업인 만큼 각 사는 전담 TFT를 만들어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며 "일단 금융당국의 지침을 이행하면서 진행 경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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