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인도가 무역 협상 재개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다. 최근 관계가 냉각됐던 미국과 인도가 이를 계기로 다시 해빙 무드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오는 22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성명에서 “대표단은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 협정의 조기 타결을 목표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브렌던 린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남아시아·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뉴델리를 방문해 라제시 아그라왈 수석협상관 등 인도 측과 회담을 가졌다.
블룸버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문제를 무역 협상 의제로 올렸다고 전하며, 무역 상대국의 제3국 거래를 직접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은 ‘이례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인도는 당시 협상에서 추가 관세 25%는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또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지 정유사들은 수요 증가로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일 계획이 없으며, 정부도 축소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 정부는 미국 대표단과 최근 뉴델리에서 협상이 끝난 뒤 “(논의가)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기존 상호관세 25%에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이유로 한 제재성 25%를 더해 총 50% 관세를 부과했다. 총 50%에 달하는 관세율은 브라질에 적용한 것과 같은 최고 수준이다. 앞서 8월 25~29일 예정됐던 미국 대표단의 인도 방문도, 인도가 미국의 농업·유제품 시장 개방 요구를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업이 H1B 비자당 연간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인도 무역부에 따르면 인도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 7월 80억1000만 달러(약 11조2000억원)에서 8월 68억6000만 달러(약 9조6000억원)로 11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가량 줄었다. 인도 수출업체들은 50% 관세가 적용된 이달부터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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