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th BIFF] 손예진 "20대는 작품으로만 남아…지금 이 자리의 원동력"(종합)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7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손예진이 부산에서 관객을 만났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나선 그는 배우로서의 불안과 희망, 그리고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다시금 무대에 선 소회를 털어놨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소향씨어터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의 삶과 작품 세계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손예진은 자신을 이 자리에 세운 건 결국 작품을 사랑해준 관객들이라며 감사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어느덧 경험이 쌓이고, 저의 작품을 좋아해 주신 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자리다.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기에 제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다. 배우로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예진은 스크린 복귀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를 언급하며 "한국 관객들을 위해 만든 영화이기에 이번 첫 소개가 더욱 뜻깊었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된 순간도 영광이었지만, 어떤 부분에서 한국 관객들이 울고 가슴 아파할지, 또 어떤 장면에서 슬퍼할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베니스영화제 경험에 관한 소감도 전해왔다. 

손예진은 "해외 영화제가 처음이었다. 3대 영화제라는 이름만으로도 설렜다. 20대 시절이었다면 크게 감동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연차가 쌓여 동료들과 감독님과 함께 간 자리가 크게 다가왔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현실을 직접 체감하며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경쟁 부문으로 참여해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감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연기에 대한 관점도 진솔하게 전했다. "예전에는 연기 패턴을 깨고 싶어 얼굴과 목소리를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장르와 캐릭터를 바꾸며 도전했고,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시절의 선택을 "빨리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애늙은이 같았다"고 회상하며, 그 열정이 지금의 작품 선택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대표작 '작업의 정석'을 언급하며 그는 "가련한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코믹 연기를 처음 시도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코미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용기 있게 뛰어들었지만, 그 덕에 자유로워졌다.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며 울지 않고 웃는 걸 경험했을 때 큰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불안과 책임감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멋진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여배우로서 불안감이 있었지만, 윤여정, 김희애, 전도연, 김혜수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보며 나도 길이 있을 거라 믿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부담감이 덜했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선배가 든든하게 있었기에 현장을 즐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감독님의 존재감은 배우들을 이끄는 힘이었다. 콩을 팥이라고 해도 팥이라고 믿게 만드는 무게감이 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사를 써내는 걸 보고 놀랐다. 무엇을 꺼내도 다 보물이 되는 분이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흥행과 예술성의 균형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망하면 기회가 줄어들까 두려웠다. 그렇지만 결국 끌리는 이야기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 결과에만 매달리기보다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BIFF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 [사진=연합뉴스]

후배 배우들에게는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레드카펫에 오르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포트라이트는 잠깐이지만 그 순간을 위해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 한 게 인생이고, 죽어라 한 번 도전하면 빛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배우 뿐만아니라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는 작품으로만 남아 있어 개인적으로 인생을 즐기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순간들이 배우로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관객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마무리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며, 총 36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