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이어 멕시코까지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압박에 직면했다. 멕시코발 관세 장벽 높이기가 현실화하면 대미 우회 수출 전략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서다. 멕시코는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자동차와 가전 분야 핵심 생산기지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자동차와 철강 등 한국산 제품이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멕시코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액은 136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최대 수출 품목은 자동차 부품(21억53만 달러)이다.
특히 멕시코 측이 자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입 경차에도 50%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면서 국내 자동차 관련 업계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업계 관계자는 "50%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 부품 등 수출품은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 업계에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멕시코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네 번째 철강 수출국인 데다 수출 물량 대부분이 자동차와 가전용 강판으로 '프로섹(Prosec·업종별 촉진 프로그램)'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최대 35% 관세가 붙는데 프로섹 혜택 범위가 축소되고 관세율이 올라간다면 미국에 이어 멕시코 수출 물량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호소했다.
가전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LG전자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TV와 냉장고 등 가전을 생산하고 있다. 양사 모두 가전 제품 생산을 위한 부품과 원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하는 만큼 관세 부담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미국 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 업계는 중간재 수출에 대한 관세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원자재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 공급망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가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미 우회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주력 품목에서 대일본 경쟁력 열위로 멕시코 활용 효과가 약화될 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일본 대비 경쟁 열위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대미 공급망 재조정, 대멕시코 투자 확대 및 FTA 추진 전략 구체화 등이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멕시코에서 구체적인 관세 대상 국가나 품목별 세율을 밝히지 않아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지 대사관 등과 협조해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업계 관계자들과도 소통하며 상황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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