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거장 켄 리우 "기술은 인간 표현의 본성…글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

  •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사상 첫 3관왕

  • '종이동물원 펴낸 美 거장 첫 내한

  • "미래 예측 안해…현대신화 쓰고파"

켄 리우 사진민음사
SF 작가인 켄 리우가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첫 내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황금가지]


“인간의 신체에서 또 삶에서 기술 없이는 인류란 개념을 생각하기 힘들죠. 친구와 소통할 때 전화기가 없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기술 없이 인간이란 존재를 온전하다고 생각하기 힘든 시점이 왔어요.”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사상 첫 3관왕을 석권한 사이언스 픽션(SF) <종이 동물원>의 저자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인 켄 리우는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첫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기술 없이는 인간을 이해하기도 어렵다”며 “SF가 인기를 끄는 것 역시 기술이 주제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켄 리우는 인공지능(AI), 드론 전쟁, 디지털 휴먼, 탄소 무역 전쟁 등 현실에 기반한 근미래 SF를 비롯해 대만 2·28 사건, 일본 강제징용, 임진왜란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사건들을 SF 환상문학 장르에 녹아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731부대의 희생자 유족을 과거로 보내 진실을 밝히는 소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일본과 중국에서 부분 검열된 채 출판됐다. 또한 그는 중국 SF 소설 <삼체>를 번역해서 처음 미국에 소개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켄 리우는 '기술이란 것은 인간 가치관의 표현'이라고 봤다. “저는 기술이 인간 표현의 본성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쓴다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죠. AI도 글 쓰는 행위와 구별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켄 리우 사진황금가지
SF 작가인 켄 리우가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첫 내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금가지]

그는 “인간은 항상 변화해왔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일관성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없어요. 먼 옛날에는 대화 장소에 있던 사람이 이를 전달하지 않으면 그 내용을 알 수 없었죠. 글을 발명한 후에는 편지 등으로 다른 시간대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됐고요. 인간은 점점 더 기계적인 요소를 신체에 많이 담고 있고, 의식마저 기계에 많이 포함돼 있어요.”
 
켄 리우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어떤 예측이든 6개월 이내에 사실 여부가 판명 날 정도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다. 다만, 기계를 상징적으로 다룬다. “SF 작가인 저는 현대 신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필연적으로 기계에 대한 이야기가 수반될 수밖에 없죠. 소설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은 기술 발전과 현대를 상징해요. 프랑켄슈타인이 스스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상징이죠. 지금 보면 거대언어모델(LLM)의 은유라고 할 수 있어요.”

과학자들과도 자주 만나고 몽상도 한다. “과학자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받아요. 자극을 받으면 상상력이 발휘되도록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해요. 독서하거나 산책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가만히 있을 때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곤 하죠.”
 
켄 리우 사진황금가지
켄 리우 [사진=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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