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로비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조직개편 문제를 놓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정보섭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 대행이 만났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금융감독원 창립 이후 처음으로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이 원장과 정 대행은 이날 면담을 진행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자 이 원장이 노조 측 주장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면담에서 노조 측은 경영진에게 ‘국회나 관계기관과 협의 과정에서 금감원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모든 직원이 국회 앞으로 찾아가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을 모두 철회할 수 있도록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일단 이 원장은 직원들의 걱정이나 불안감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또 직원들의 우려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며 향후 입법 등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 원장 반응에 못마땅한 모습이다. 이 원장이 노조 측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의견을 반영하겠다’고만 답변했기 때문이다. 정 대행은 이날 면담과 관련해 “처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199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는 총파업과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나섰다.
노조 파업과 별개로 금감원 조직 개편이 정부·여당의 계획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전날 여야가 합의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이 내란 특검과 연계되면서 파기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도 본회의 통과까지 최소 180일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계획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내년 1월 2일 시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 체계에 혼선이 생기면 △가계부채 관리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장기연체채권 조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야 할 일은 하자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아직 불확실한 게 많다 보니 답답하고,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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