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 안전한 곳 없다"…이스라엘 대피령에도 수십만명 가자시티 잔류

  • 이스라엘 공습 속 민간인 피해 확산…하루 새 공습에 41명 사망

  • 국제앰네스티 "강제 이주 잔인하고 불법적…집단학살적 상황 악화"

피란민들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안전지대’로 지정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무와시 지역의 텐트촌을 지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피란민들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안전지대’로 지정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무와시 지역의 텐트촌을 지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장악을 위한 대규모 지상 공세에 앞서 주민들에게 공식 대피령을 내렸지만, 상당수 주민은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피를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자시티 주민 약 100만명 중 많은 이들이 남부 알마와시 지역의 ‘인도주의 구역’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공식 명령에도 대피를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전단 살포와 문자·음성 메시지 등을 통해 가자시티 전 주민이 알마와시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시티를 떠나는 사람들의 영상을 공유하며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가자시티에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자시티 주민 파우지 무프타는 AP통신에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어디에나 위험이 있다”며 대피령을 거부하는 심정을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WHO와 파트너들은 가자시티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알마와시를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미 수십만명이 모여 있는 그곳을 정기적으로 폭격하고 있어 주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엔은 최근 몇 주간 대피자가 약 5만명에 불과했다고 추정했으며, 이스라엘 당국은 최근 며칠간 수만 명이 추가로 피란길에 올라 전체 규모가 약 15만명이라고 밝혔다.
 
대피령과 동시에 폭격이 강화되면서 인도적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5일간 하마스 기반시설이 있다고 주장하며 가자시티 내 고층 건물을 공격했다. 주민들은 폭격 약 20분 전에 대피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24시간 동안에도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 12명을 포함해 최소 4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기근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3개월간 기아로 숨진 인원은 400명을 넘었으며, 최근 하루 만에도 5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은 가자시티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이 민간인들의 고통을 가중한다고 규탄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이 민간인 고통을 가중한다며 규탄했다. 헤바 모라예프 중동·북아프리카 국제앰네스티 국장은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강제 이주는 잔인하고 불법적이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해지는 집단학살적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인위적 기근은 결코 전쟁의 무기가 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와 무역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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