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움미술관은 M1 2층에서 11월 30일까지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를 전시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호랑이와 까치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한국인의 미의식과 해학, 그리고 시대적 풍자를 드러내는 전통미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까치호랑이의 기원을 보여주는 16세기 말 작품에서부터 민중문화 속 해학과 풍자로 자리 잡은 19세기 민화, 그리고 김홍도의 정통 회화에 이르기까지, 호작도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다층적 의미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까치호랑이와 관련된 작품 7점이 전시되며, 특히 1592년작 '호작도' (리움미술관 소장)를 국내 최초로 전시를 통해 공개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중국 원나라에서 정립된 호작도의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화면 우측 상단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있어 정확한 제작연도를 알 수 있으며, 민화가 아닌 일반회화 형식으로 그려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에서는 추상적 표현법이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킨다 하여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는 19세기 '호작도'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노란 호피와 검은 먹선의 강렬한 대비, 단순하면서도 해학적인 호랑이 표정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으며, 민화 까치호랑이 그림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호피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는 호피가 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와 함께, 다산 정약용의 시가 등장하는 등 문인 문화와 관련된 내용이 혼합되어 있다. 조선 후기 화단의 거장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 은 “430년 전 조상들이 그린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 아이콘이 되기까지,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시간여행을 보여준다"며 "특히 전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캐릭터의 원류를 확인하고,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며, 고미술 상설전과 함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편, 리움스토어는 이번 전시와 연계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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