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4일(현지시간)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본계약을 발주사와 체결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정부의 조직개편 움직임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원전 정책이 이관되며 K-원전이 운명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기후·에너지 정책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쪼개진 컨트롤타워로 인해 원전 생태계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던 원전 관련 정책 중 수출 관련 업무만 남기고 모두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로 넘어간다.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과 분리되는 것은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 만이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산업부 2차관 산하에 있는 에너지 산업 정책 기능은 기후부로 이관된다. 석유·가스·석탄·광물 등을 다루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 정책을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 조직만 산업부에 남고 원전·재생에너지 산업 정책과 전력 산업 전반을 기후부가 다룬다.
정부는 이달 25일 해당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 법안이 처리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공포를 거쳐 10월 초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간 규제를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펼쳐온 환경부가 원전 산업을 키우거나 기술 개발을 견인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특히 원전과 같은 첨단 산업은 산업부가 오랜 시간 축적한 전문성과 해외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 이를 환경부가 곧바로 대신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외교, 안보, 에너지 전략이 한꺼번에 얽힌 복합 사업"이라며 "국내 원전 생태계가 잘 돌아가야 거기서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도 추진하는 것인데 규제 중심 부처에서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추진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도 이번 개편안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원전 수출 전략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계약 협상 과정에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체코 두코바니 부지에 한국형 APR1000 원전 2기를 짓는 대규모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총 187억2200만 달러 규모로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9개월간 기술·상업·법률 협상을 진행했고, 프랑스 EDF의 법적 제동 시도마저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기각하면서 지난 6월 본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설계·조달·시공(EPC)부터 시험 운전, 핵연료 공급까지 포함하는 포괄 계약으로, 2029년 착공해 2036년 첫 기기를 시험 운전할 예정이며 두 번째 기기는 2년 뒤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팀코리아' 체제도 본격 가동 중이다. 한전기술이 설계를,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업계는 한국 정부 기관의 변화가 팀코리아 체제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 배경에 한국 정부의 신속한 업무 추진 능력이 자리 잡은 만큼 이번 조직 개편이 사업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 국내 전력 사업 및 원전 건설·운영 관련해서는 환경부 지시를 받아야 하고 원전 수출 관련은 산업부와 협의가 필요해 사업에 속도가 붙기 어렵다.
에너지정책 이원화로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대한 추진 동력도 상실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3분의1가량 작은 소형 원전이다. 기존 원전보다 높은 경제성과 안전성 때문에 미래 에너지원이자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상용화한 기술은 아니지만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앞으로 5년이 SMR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평가한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i-SMR 시범 플랜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X-에너지와 손잡고 SMR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SMR 전용 공장 건설 등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SMR과 대형 원전 수주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한수원 역시 해외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SMR 도입 논의에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R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 그리고 수출이 한 몸처럼 맞물려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대로 가면 부처 간 조율 문제로 기업들의 사업이 예상보다 지체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던 원전 관련 정책 중 수출 관련 업무만 남기고 모두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로 넘어간다.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과 분리되는 것은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 만이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산업부 2차관 산하에 있는 에너지 산업 정책 기능은 기후부로 이관된다. 석유·가스·석탄·광물 등을 다루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 정책을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 조직만 산업부에 남고 원전·재생에너지 산업 정책과 전력 산업 전반을 기후부가 다룬다.
정부는 이달 25일 해당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 법안이 처리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공포를 거쳐 10월 초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외교, 안보, 에너지 전략이 한꺼번에 얽힌 복합 사업"이라며 "국내 원전 생태계가 잘 돌아가야 거기서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도 추진하는 것인데 규제 중심 부처에서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추진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도 이번 개편안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원전 수출 전략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계약 협상 과정에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체코 두코바니 부지에 한국형 APR1000 원전 2기를 짓는 대규모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총 187억2200만 달러 규모로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9개월간 기술·상업·법률 협상을 진행했고, 프랑스 EDF의 법적 제동 시도마저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기각하면서 지난 6월 본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설계·조달·시공(EPC)부터 시험 운전, 핵연료 공급까지 포함하는 포괄 계약으로, 2029년 착공해 2036년 첫 기기를 시험 운전할 예정이며 두 번째 기기는 2년 뒤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팀코리아' 체제도 본격 가동 중이다. 한전기술이 설계를,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업계는 한국 정부 기관의 변화가 팀코리아 체제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 배경에 한국 정부의 신속한 업무 추진 능력이 자리 잡은 만큼 이번 조직 개편이 사업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 국내 전력 사업 및 원전 건설·운영 관련해서는 환경부 지시를 받아야 하고 원전 수출 관련은 산업부와 협의가 필요해 사업에 속도가 붙기 어렵다.
에너지정책 이원화로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대한 추진 동력도 상실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3분의1가량 작은 소형 원전이다. 기존 원전보다 높은 경제성과 안전성 때문에 미래 에너지원이자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상용화한 기술은 아니지만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앞으로 5년이 SMR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평가한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i-SMR 시범 플랜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X-에너지와 손잡고 SMR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SMR 전용 공장 건설 등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SMR과 대형 원전 수주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한수원 역시 해외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SMR 도입 논의에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R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 그리고 수출이 한 몸처럼 맞물려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대로 가면 부처 간 조율 문제로 기업들의 사업이 예상보다 지체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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