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우주사령부를 현 콜로라도주에서 앨라배마주로 이전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우주사령부를 현 콜로라도주에서 앨라배마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내린 ‘우주사령부 콜로라도 존치’ 결정을 뒤집는 조치다. 이번 발표로 수년간 이어져 온 우주사령부 이전 논란에 마침표가 찍힐지 이목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주사령부 본부가 아름다운 곳,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이전하게 됐음을 말씀드리게 돼 기쁘다”며 “헌츠빌은 현시점부터 영원히 ‘로켓 시티’로서 명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앨라배마 헌츠빌은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와 레드스톤 병기고, 항공우주국(NASA)의 마셜 우주비행센터가 있는 곳으로 로켓 시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앨라배마는 3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천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미국이 (우주) 최전선 공간에서 방어력과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사령부 이전 결정 배경에 콜로라도주 우편투표 제도가 자리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콜로라도와 관련한 큰 문제 중 하나는 우편투표”라며 “이는 자동적으로 부정 선거를 의미하며, 이번 결정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미 NBC뉴스는 콜로라도 주장관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대선 중 콜로라도에서 약 92%가 우편투표였고 약 8%가 직접 투표였다고 전했다. 앨라배마는 공화당 지지세가, 콜로라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줄곧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며 신분증 제시와 우편투표 폐지를 추진해 왔다.
그는 지난달 18일에는 우편투표 전면 폐지를 위한 캠페인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하며 “주 정부는 연방 정부와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지침에 따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우위인 앨라배마의 정치 지형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엄청난 경쟁이 있었지만, 앨라배마가 그것을 따냈다”고 했다.
현재 우주사령부 임시본부가 있는 콜로라도와 본부 후보지로 검토돼 온 앨라배마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 우주사령부 유치를 놓고 지난 수년간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우주사령부는 인공위성 기반 항법 지원, 군 통신, 미사일 발사 경고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 공군은 2021년 1월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앨라배마 헌츠빌 레드스톤 병기고를 우주사령부 우선 후보지로 정했다. 하지만 2023년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콜로라도주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우주사령부를 영구적으로 두겠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앨라배마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주사령부가 앨라배마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은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처음에 우주사령부 본부 위치로 헌츠빌을 선정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부당하게 방해했다”며 “이것(우주사령부)은 바라건대 수백 년간 그곳(앨라배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콜로라도, 앨라배마와 서로 다른 행정부 사이에서 4년간 벌어진 줄다리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마무리 됐다”고 평가했다.
본부를 빼앗기게 된 콜로라도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망라한 콜로라도주 의원단 전원은 공동 성명을 내고 “최악의 시기에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십억 달러의 납세자 돈을 낭비하고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같은 위협에 이점을 넘겨주는 꼴”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정을 되돌리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건강이상설에 “가짜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한 자신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가짜뉴스이며 지난 주말 나는 매우 왕성하게 활동했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29일 공개 일정이 없었다.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의 골프 클럽에서 손주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백악관 풀 기자단에 포착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나는 여러 건의 기자회견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그러고 나서 이틀 동안 (그것을) 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라며 “바이든은 몇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아무도 그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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