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①] 숨은 그림과 연민의 미학, 앤서니 브라운 50년의 여정

한 장의 그림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숨겨온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광고, 의학 일러스트, 연하장 디자인까지 다양한 길을 걸어온 그는 결국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상상력의 문을 열어주는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섰다. 1976년 첫 책을 출간한 이후 반세기 가까이, 그의 책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보는 법’과 ‘생각하는 법’을 새롭게 일깨워왔다. 숨은 그림과 상징으로 아이들의 눈을 멈추게 하고, 고릴라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을 비추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삶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앤서니 브라운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단 한 마디는 명료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랑이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앤서니 브라운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어쩌다 그림책 작가를 하게 됐나.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건 얼마만의 성과인가
- 사실 저는 처음부터 그림책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광고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고, 대학에서는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한때는 병원에서 의대생들을 위해 의학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연하장 디자인을 하게 되었는데, 더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직접 만든 카드들을 들고 출판사를 찾아갔고, 그 자리에서 “그림책을 한 번 그려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1976년 첫 번째 책을 출간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었고, 그것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작가님의 그림책에는 늘 숨은 그림이나 상징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저는 그림이 글이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상징을 넣고, 배경 속에 작은 디테일들을 숨긴다. 처음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순히 재미로 넣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배경의 세부 요소를 통해서도 충분히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독자들이 그림 속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할 때, 책은 다시 살아 움직이게 된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앤서니 브라운의 인생에서 가장 귀한 건 무엇인가
- 제게는 몇 가지가 있다. 아들과 딸, 네 명의 손주, 그리고 반려견 알버트, 그리고 제 여자친구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저는 명성이나 상보다도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이 주는 기쁨에서 삶의 의미를 느낀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 사인 사진 김호이 기자
앤서니 브라운 작가 사인 [사진= 김호이 기자]


일상의 사물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 젊었을 때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같은 화가들의 작품은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게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저는 의자, 나무, 표지판 같은 평범한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일상의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면, 세상 자체가 훨씬 풍요롭고 흥미로운 곳이 된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앤서니 브라운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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