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톈진에서 31일(현지시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등 자국 중심의 고립주의 외교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다자주의 구상을 내세워 대외 영향력을 시험받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톈진 선언’이 발표되고 ‘SCO 향후 10년 발전 전략’이 비준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주의적 외교 노선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대안적 질서로 제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20여 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등 10여 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중앙아시아 4개국과 출범했으며, 이후 인도·파키스탄·이란·벨라루스가 가입해 10개 회원국으로 확대됐다. 초기에 테러·분리주의 대응 등 안보 분야 협력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경제·무역·문화 협력으로 범위를 넓혔다. 특히 중국이 브릭스(BRICS)와 함께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발도상국) 결집을 강조하는 가운데, SCO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최근 중국매체 인터뷰에서 SCO가 국제 결제를 위한 자체 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전날 인민일보에 실린 이번 회의 관련 기고를 통해 "우리는 초지일관 다자주의를 이행할 것"이라며 “유엔이 국제체제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지지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제창하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인도 정상과 만나 최근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의 결과를 공유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 및 러시아산 원유 거래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모디 총리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서 시 주석과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복원을 모색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는 상호 신뢰와 존중, 민감성에 기반해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국경 분쟁으로 갈등을 이어왔으나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산 석유 거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도 31일 톈진에 도착한 가운데 SCO 회의 이후 별도로 모디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양측은 인도·러시아 간 무역 및 방위 협력 강화, 러시아산 원유 구매와 관련한 미국의 관세 압박 대응, 푸틴 대통령의 12월 인도 방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의 연말 인도 방문을 위한 사전 조율이 이번 회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과 유엔의 협력, 다자주의 강화, 특히 글로벌 금융 구조 등 국제 기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세계의 다극화를 추진하고 개발도상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고,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언제나 유엔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유엔에 안정성과 확실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SCO 정상회의에 이어 다음 달 3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고 전 세계에 군사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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