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부동산] 전세기피에 대기업 입주 러시... 강서구 월셋값이 뛴다

  • DL그룹·이랜드 등 대기업 입주 예정...전·월세난 '경고음'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재된 월세 매물 안내문 2025727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재된 월세 매물 안내문. 2025.7.27 [사진=연합뉴스]

#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18㎡는 지난달 15일 보증금 1억 3500만원, 월세 1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평형대가 지난해 9월 전세 보증금 1억 35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새로 맺었는데, 보증금이 그대로인데 월세가 추가된 것이다.

강서구 월셋값이 뛰고 있다. 5년여 전 대규모 전세 보증금 사고 여파로 전세 기피 현상이 남아있는 데다 대기업 입주에 따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다. 

4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강서구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보증금 1억 미만)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지난 3월 69만원에서 7월에는 73만원으로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평균 월세 순위도 이 기간 12위에서 8위로 4계단 상승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월세를 추가하는 매물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곡동의 다른 한 오피스텔의 전용 25㎡ 매물은 지난 19일 보증금 1억 5800만원, 월세 10만원에 새 임차인을 맞았다. 이 평형대는 지난해 8월 전세보증금 1억 6800만원에 계약갱신청구권이 사용된 이후 전세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강서구는 2019∼2020년경 화곡동 대규모 전세 보증금 사고 여파로 전세 기피,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5호선 발산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22㎡ 매물은 보증금 1억 36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나왔는데, 전세가율이 98%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서구의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은 2분기(4~6월) 기준 73.9%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전세로 거래되던 매물이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6월 기준 강서구의 전월세 전환율은 5.28%로, 서울 평균인 3.93%를 크게 상회한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수치가 상승할수록 월세가격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5%를 넘어선 자치구는 종로구(6.16%), 서대문구(5.98%), 노원구(5.40%)가 유일하다.

문제는 마곡산업단지에 대기업 입주가 잇따르면서 전·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R&D(연구개발) 산업 거점으로 형성하고 있는 마곡동에는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바이오기업이 몰려있다. DL그룹과 대명소노그룹, 이랜드 그룹도 계열사들을 모아 마곡에 통합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강서구 전세 매물은 451건으로 올해 초 511건 대비 11.8% 줄었다. 특히 산업단지가 위치한 마곡동은 올해 2월 100건 내외를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55건으로 반토막 났다. 인근 지역인 내발산동은 2월 40건을 웃돌았으나 이날 기준 20건으로 줄었다. 

전세 거래는 꾸준히 줄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7월 강서구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은 53.2%였다. 2021년 7월(70.4%)에 비해 17.2%포인트(p)로 급격히 줄었다. 서울 평균 감소치인 4.6%p(61.4%→56.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전세가 줄어든 자리는 월세가 차지했다. 강서구의 월세 거래는 지난 7월 46.8%로 5년 전보다 17.2%p(29.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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