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상가 문제로 갈등을 빚는 단지가 늘고 있다. 상가 문제로 소송에서 패소해 조합원들이 수백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거나, 일부 단지는 치솟은 분양가에 상가가 분양되지 않으며 일괄 매각에 나서는 등 상가 주인 모시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상가 문제가 조합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며 아예 재건축 시작부터 “상가를 짓지 말자”고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디퍼아) 단지 상가는 텅 비어 있었다. 2023년 11월 말 입주를 시작했으나 상가 측과 재건축조합 간의 소송이 이어진 탓이다. 조합 측이 1심에서 패소하면서 지난 5월에는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 총 784억원을 부과하는 관리처분계획 변경 안건을 공지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상가측의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 판결이 향후 그대로 유지될 경우 조합원은 각 가구별로 1500만원씩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 간 갈등이 격화돼 법정다툼을 벌이는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상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조합은 2019년 상가 조합원에 재건축 후 상가 토지면적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보장했으나 이후 정관을 변경하면서 상가 조합원들이 법적 조치에 나섰다. 올해 3월에는 서초구 ‘서초그랑자이’에선 상가 소유주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조합 간 갈등을 극복하고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를 새로 짓더라도 미분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단지도 있다. 강동헤리티지자이 재건축조합은 지난 19일 단지 내 상가 일괄 매각을 공고했다. 단지 내 상가는 안정적인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개별 분양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처지만, 시장이 얼어붙으며 투자 매력이 떨어지자 통매각을 진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상가 공실에 따른 위험 부담이 높아지자 상가를 아예 짓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사례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우성4차 조합은 최근 상가 소유주의 의견을 반영해 신규 상가를 짓지 않고 아파트만 건립하는 방향으로 재건축을 추진키로 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재건축 이후 아파트를 받고 싶어 하는 상가 조합원이 많은데 법적 요건이 엄격하다 보니 갈등이 장기화되고 법적 분쟁까지 가면서 재건축 사업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며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 향후 상가 재건축을 포기하는 재건축 단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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