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대한민국 보수가 가야 할 길 ⑦
경제면에서 대한민국 보수가 가야 할 길은 재론의 여지가 없이 ‘시장경제의 창달’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인류의 번영을 가져왔음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1991년 옛 소련 붕괴로 1917년 레닌의 공산혁명 이후 지속되어 오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공산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대결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승리로 종결됐다. 동아시아에서도 1949년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서 수천만 명이 아사하는 참담한 실패 후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하면서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고 1975년 공산통일된 베트남도 공산주의체제를 지속해 보았으나 실패하고 1986년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의미하는 ‘도이모이’ 정책을 도입하면서 비약적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일찍이 존 로크가 <통치론>(1689)을 발간해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천부인권설’을 주장하며 입법부와 행정부로 나누어진 권력체계가 등장했다. 그 후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1748) 등장으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 체제가 탄생하고 미국의 독립선언문(1776)에도 반영되면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시장경제 기초가 정립되었다.
모든 국민은 생명과 자유와 재산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국민주권 사상은 경제적으로는 △사유재산권 △시장의 교환원리 그리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 원리로 발전했다. 특히 사유재산권 보장의 일환으로 특허권이 보장되면서 증기기관 등 각종 혁신적인 기술이 1700년대 중반 집약적으로 등장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 결과 인류의 경제적 자유는 급격히 신장되고 마침내 이를 반영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이 발간되면서 자유시장경제는 꽃을 피우게 되었다. 인류역사에서 수만년 동안 별다른 변동이 없던 경제적 번영이 1700년대 중반의 산업혁명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한국도 해방 후 남로당 준동 등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농지개혁을 통해 사유재산이 인정되고 6·25전쟁 후 피폐했던 경제 상황에서 시장경제에 기초를 둔 경제발전으로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 이 모두 전후 식민지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위대한 기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세계은행은 1993년 <동아시아의 기적>을 발간해 평가하고 2024년에는 특히 한국을 개도국들이 본받아야 할 ‘성장의 슈퍼스타’로 평가했다.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전교조 출신이다. 전교조가 얼마나 한국 교육을 좌편향으로 이끌어 왔는지를 생각하면 제대로 된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교육은 갈수록 요원해질 전망이다. 친환경론자가 환경부장관에 임명되고 에너지정책을 산업자원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해 재생에너지 강조 등 에너지 문제를 환경 차원에서 추진하고 4대강 재자연화 추진도 국정과제로 포함시켰다.
전 정부에서 폐지가 추진되었던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로 민변 출신이 임명된 데 이어 금융문외한 민변 출신 변호사가 금융감독원장 자리도 꿰차고 앉았다. 거의 노골적으로 좌파 색채가 짙은 인사를 보면 이재명 정부의 정책방향이 얼마나 시장경제에서 이탈할 것인지 우려가 커진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해 번영된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말살된 좌파 빈곤국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거대 여당의 제동 없는 폭주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는커녕 야당 말살 주장도 서슴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에서는 대규모 추경을 거의 수정 없이 단독으로 처리하고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각종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전광석화처럼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찰스 킨들버거 미국 MIT대 교수가 1996년 펴낸 <경제강대국 흥망사>(World Economic Primacy:1500~1990)는 국가 경제를 짧게는 50년 주기부터 100년·200년 주기로 설정하고 있다. 포르투갈(1500년대)·네덜란드(1600년대)·영국(산업혁명~1차 대전)·미국(1차 대전 이후)의 주기를 보면 대체로 약 100년마다 세계 경제의 주도 국가가 바뀌었다. 영국만 산업혁명이 태동하기 시작한 1700년대 초부터 1920년경까지 약 200년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차지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교역 확장, 산업 활성화, 금융산업 발달 순으로 변해 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수출 등 대외교역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산업이 활성화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무역과 산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금융산업이 발전한다. 영국이 전형적인 예다.
한 나라의 특정 산업이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활성화되면 경쟁력이 앞서지만, 곧 후발국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 단계에서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기술이나 새로운 산업이 나와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 활성화에 따른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에 의한 혁신이 중요한 요소다. 그 예가 바로 200여년 동안 세계를 제패한 영국이다. 혁신에 실패하면 제도적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결국 경제쇠퇴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은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을 통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강대국의 흥망>(1988)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케네디는 국가의 생산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생산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업의 경제활동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18세기 산업혁명에 이어 1850년대 빅토리아 대호황기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를 제패해 오던 영국도 1800년대 후반기에 급속히 뒤따라 온 미국에 밀려 주춤하다가 1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에 선두를 내주게 된다. 이 두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가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기업 창업과 새로운 기술이 꽃피면서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이 닮은꼴이다.
이런 시각에서 국가의 생산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명저가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가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다. 이 명저는 30여명의 연구진이 15년간 동서고금의 경제사를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위대한 연구업적이다. 국가가 생산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할 동기가 부여되는 경제활동의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 법치가 보장되는 제도가 중요한데 이를 ‘포용적(inclusive) 경제제도’라고 했다. 저자들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착취적(extractive) 경제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은 포용적 경제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원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민주적인 ‘포용적 정치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반대가 되면 지배그룹의 사욕만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도탄에 빠지는 ‘착취적 경제제도’가 되고 만다.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소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착취적 제도가 구축되면서 경제는 추락한다. 그런데도 소수의 권력집단은 사익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착취적 제도를 더욱 강화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도 착취적 체제로 강화돼 추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동서고금 여러 나라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두 교수는 최근 저서 <좁은 회랑>에서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과 시민 자유 간에 공존과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62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 이래로 1991년까지 30년간 연평균 9.6%의 고도성장을 이루어 왔으나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연평균 5.6%의 중성장기로 둔화한 후 2012년부터는 2%대의 저성장기로 주저앉고 있다. 이제 1% 달성도 힘든 지경이 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투자 증가율의 둔화와 생산성 하락이다. 한국 경제는 100년 주기는커녕 50~60년 주기로 단축된 데다 성장률 하락 폭이 커서 급속히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코리아 피크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0년대로 들어서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의 비중이 정체 상태를 보인다. 여기에서 쇠퇴하면 안 된다. 반등해야 한다.
이미 대불황으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풍전등화의 위기다. 미국의 관세압박이 거세고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한국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는데도 대내적으로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는커녕 대주주의 지위를 흔드는 무리한 상법개정, 법인세 인상에 중대재해처벌의 엄격한 적용은 특히 건설업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이어 이미 높은 최저임금에 설상가상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2년 알바면 무기계약직 전환 등도 주장되고 있어 대외적인 요인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기업들을 도와주기는커녕 더욱 옭죄고 있으니 경제가 풍전등화다.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벽을 넘은 나라는 2024년 국제통화기금 기준 (2024.10 전망, 달러) 미국(8만6601) 네덜란드(6만7984) 호주(6만5966) 스웨덴(5만7212) 벨기에(5만6128) 독일(5만5521) 캐나다(5만3834) 영국(5만2423) 프랑스(4만8012) 그리고 지난해 간신히 4만 달러에 올라선 이탈리아(4만286) 10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서구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작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624달러로 11년째 3만 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증거다.
1989년 동유럽이 붕괴되고 1991년 구소련연방이 붕괴되면서 1917년 레닌의 러시아혁명 이후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던 좌우간 대립이 종식되었다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1989)이 출간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권위주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시진핑 푸틴 등이다. 인도 튀르키예 등도 뒤따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기가 침체하고,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좌파 포퓰리스트들의 득세 배경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권위주의, 심할 경우에는 전체주의화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정치체제가 등장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으면 자연히 자유민주주의 토양 위에서 발전해온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위험해진다. 최근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The Crisis of Democratic Capitalism)를 출간한 영국 저널리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는 “자본주의 체제는 민주주의와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통해서만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서구사회가 채택한 체제를 ’민주주의적 자본주의‘(Democratic Capitalism)라고 명명하고 20세기 후반부터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낸 것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위주의 권력은 많은 이점을 가져다 주는 특권층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특권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마침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정부의 분권화를 추진하고 포퓰리즘에 의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재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뉴딜 (New Newdeal)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경제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포퓰리즘의 준동 토대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위협받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어 시장경제도 약화되면서 성장동력이 약화되어 추락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은행이 지난해 '성장의 슈퍼스타'로 칭송할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선진국 수준까지 성장해 왔다. 여기서 도약하지 않고 성장동력이 약화되어 추락할 경우 자라나는 후손들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성장이 50~60년 주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할 동기가 부여되는 경제활동의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 법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한국의 보수는 이러한 제도 강화에 진력해야 한다. 이것이 경제면에서 대한민국 보수가 가야 할 길이다. 기업활동의 보장과 규제혁파 기술혁신으로 100년 200년 성장이 지속되도록 시장경제가 창달되어야 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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