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25일 현지시간)을 앞두고 미국 주요 언론들은 양국 간 핵심 의제로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3500억 달러(약 486조원) 대미 투자기금 구체화 등을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에서 관세, 주한미군 역할, 한국 국방비 지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MASGA가 한국에서 일종의 국가적 구호가 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강한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을 전략적 유연성 정책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만큼, 격차가 벌어지는 미 해군력을 보강하기 위해 한국 조선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WSJ는 “지난해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은 주일미군 제7함대의 비(非)전투 선박 수리를 위해 미 해군의 정비 계약 4건을 수주했다”면서 미국 내 법률 규제가 완화되면 한화 등의 경우 군함 수리 사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조선업 역량을 “트럼프를 기쁘게 할 만한 선물”로 표현하며 이번 회담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주한미군 철수 검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난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WP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면 대립을 피하려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서길 원한다고 전하며, 이러한 시각차가 협상의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BC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지난 22일자 보도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는 한국이 미국 산업을 위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금 세부 사항을 구체화하는 논의가 포함될 수 있다”며 “이는 트럼프가 한국과 관련해 강조해 온 조선업 협력을 중심으로 한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30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마스가’로 명명한 1500억 달러 규모 한미 조선 협력 펀드를 포함해 총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펀드가 대부분 직접투자가 아닌 대출이나 보증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NBC는 “양국 지도자들에게 더 중요한 주제는 수십 년 된 군사동맹의 미래”라며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 억제를 위해 한국에 주둔해 온 약 3만명의 병력을 한반도 밖 임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더 큰 유연성을 요구해 왔고, 이런 압박은 트럼프 체제에서 더욱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 압박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에 대응할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한미군 재편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은 모두 집권 전 암살 시도를 겪고 살아남았으며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에 관심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중국과 대만 간 잠재적 충돌을 두고는 양측의 우선순위가 갈린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면서 한국에 더 큰 방위 책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 내에서는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부르는 이 정책이 대북 방어를 약화시키고 대만을 둘러싼 전쟁에 휘말릴 위험을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이 관세를 지렛대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요구하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인상까지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 내에서는 미국 의존 대신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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