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부터 상장법인과 전문투자법인의 가상자산 매매가 허용되면서 거래소들이 앞다퉈 법인 전용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는 새로 열릴 법인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매도가 허용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약 2500곳과 전문투자법인 약 1000곳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제도 변화에 따라 거래소들은 법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 14일 법인·기관 전용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출시했다. 업비트 측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면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려는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안성과 사용 편의성을 갖춘 커스터디 서비스로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나무는 앞서 법인 고객확인(KYC) 절차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조기에 마련해 이달 중순 업계 최초로 가상자산 현금화가 가능한 법인 고객 100곳을 확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소형 거래소들은 사업 전환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포블, 비블록, 빗크몬, 프라뱅 등은 지난해 말까지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로 신고했으나, 이달 기준 '가상자산 이전·보관·관리' 사업자로 전환 신고를 마쳤다. 법인 시장 확대에 맞춰 차별화된 영역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 신고 요건이 높아지면서 상당수 중소형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영업 신고를 포기하고 있다"며 "다른 업무로 사업자 신고를 한 것은 수탁 특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개인 거래만으로도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원화마켓 일평균 거래 규모는 약 7조원 수준이었다. 세계 3위 수준의 유동성을 보유한 만큼, 법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가상자산 기관투자 시장이 2030년까지 약 59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고객은 개인 투자자보다 거래 규모가 크고 안정적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법인 고객 선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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