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향후 협정에 서명할 경우 우크라이나 측 대표의 정당성 문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 대통령은 최고위급의 고려가 요구되는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되고 전문가와 정부 장관들이 적절한 권고를 준비했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회담할 준비가 됐다고 거듭 말해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가진 뒤 푸틴·젤렌스키 양자 회담과 자신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2주 안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는 전언이 나왔으나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2주 내 양자회담 개최 기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유럽이 논의 중인 ‘안전보장군’의 전후 우크라이나 배치 계획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에 대한 외국의 군사 개입”이라며 “절대로 러시아 연방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유럽의 안전보장 구상이 러시아 고립과 전략적 패배를 목적으로 한다고 비판하며, 2022년 이스탄불 협상안을 기초로 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이스탄불 협상 당시 우크라이나가 영구 중립을 수용하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미·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윤곽과 구체적인 매개변수가 도출되는 진전이 있었지만, 유럽 지도자들이 이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와 인도가 극동·북극 등지에서 에너지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탄화수소 부문과 러시아산 석유의 인도 수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인도에 대한 러시아산 석유 관세를 대폭 인상했음에도 양국 협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비판한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다”면서 러시아 석유의 최대 구매국은 인도가 아니라 중국이며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구매 주체는 유럽연합(EU)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협상 진행 상황을 인도 측에 설명했으며, 이날 회담에서 올해 말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 준비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자이샨카르 장관과 만났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에도 크렘린궁에서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하며 미국의 관세 위협에도 굳건한 양국 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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