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장 점유율이 늘고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반도체 '품목관세' 악재를 만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반도체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태블릿 등 반도체 탑재 전자 제품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반도체 관세율이 확정된다면 모처럼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는 경쟁사 애플과 더욱 험난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1%의 점유율을 차지, 전년 동기 대비 8%포인트 늘었다. 1위 애플의 점유율은 56%에서 49%로 떨어졌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애플이 10여년 만에 애플이 뚜렷한 미국 점유율 하락세를 보였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은 미국에서 사전 예약 판매는 전작 대비 25%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미국 이동통신사 제품만 보면 60%나 급증했다. 폴더블폰 분야를 선점했고, 초박형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인공지능(AI) 지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갤럭시 S25 엣지 등 S25시리즈도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 갤럭시가 모처럼 애플의 안방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관세 리스크가 큰 산으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순방길에 오르며 앞으로 2주 내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철강·반도체 관세는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관세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을 받는다. 이 조항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등 수입 제한 조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미 상무부는 현재 반도체에 대한 국가안보 위협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엔 반도체 관세를 면세하기로 했지만 스마트폰 등 반도체 탑재 파생상품의 관세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약 스마트폰이 반도체 파생상품으로 묶여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면 제품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경쟁사인 애플은 면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도 겹악재다.
애플은 중국 생산 비중이 높지만 최근 약 6000억원 규모의 미국 내 제조 투자 계획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과 교감한 바 있다.
반도체 관세 영향은 섣부른 예측이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명확한 관세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야 삼성전자도 향후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반도체에 대해 200%, 300% 관세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으며,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회를 주기 위해 (관세율을) 초기에는 낮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에 짓는다는 확신을 줘야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삼성도 애플처럼 스마트폰이 면세 반도체를 탑재한 세트 제품으로 면세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미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결과를 예의주시한다"며 "조사대상에 스마트폰·PC 등 완제품도 포함돼 당사의 사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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