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호(號) 금융감독원의 첫 항해가 책무구조도 현장점검으로 시작된다. 금융감독원이 이번주 금융지주와 은행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데 취임 초부터 강력한 감독 드라이브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에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지주·은행 44곳 중 업권, 규모, 시범 운영 참여 여부 등을 고려해 총 8개사를 선별하고 21일부터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대상은 KB금융지주 등 지주사 1곳,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 5곳, 지방은행 1곳, 외은지점 1곳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주·은행에 대해서는 체크리스트 등을 마련해 다음 달 중 서면점검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주·은행 점검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 의무, 이사회 보고 의무 등에 대한 이행 실태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사회들이 내부통제위원회와 같은 적정한 감독체계를 갖추고 운영하고 있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대형 금융투자·보험회사에 대해선 금투업자 37개사, 보험사 30개사를 대상으로 점검한다. 업권과 규모 등을 고려해 주요 금투업·보험사를 선별하고, 하반기 중 현장점검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점검은 단순한 형식적 검사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와 책임경영 체계가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 직후 진행되는 대규모 현장점검이라는 점에서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사를 상대로 벌이는 첫 검사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지배구조 체계'를 강조한 만큼 책무구조도 정착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장점검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복현의 금감원'과 비교해 이 원장이 금융 현안에 얼마나 깊이 관여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이 주요 현안마다 백브리핑,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혔다면 변호사 출신인 이 원장은 율사로서의 전문성과 날카로움을 기반으로 감독당국의 메시지를 분명히 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행보가 곧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금융권 입장에서는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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