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대주주간 내홍 지속...한화 "불공정거래, 외부 전문가 검증받자"

  • 한화, 국세청 1000억원대 추징 밝혀

  • DL에 에틸렌 등 저가 공급 이유

  • "외부 전문가 통해 적정가 검증해야"

  • 동업 한계 지적도...분리 논의 가속화

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를 둘러싸고 양대 주주인 한화그룹과 DL(대림)그룹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여천NCC 임직원은 위기 극복을 위해 신속히 지원을 결정한 한화 쪽에 우호적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다. 

12일 한화에 따르면 여천NCC는 연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에틸렌과 C4R1(부타디엔 분리 혼합물), 이소부탄 등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에 공급했다는 이유로 1006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이 96%(962억원)였다. 한화에 대한 에틸렌 공급가격은 시가에 부합하고, DL에는 시가보다 싸게 공급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한화가 올 들어 에틸렌 구매 가격을 전년 대비 낮춘 건 여천NCC에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는 DL 측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한화도 이날 대외비를 공개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조건이 이어지면 여천NCC는 국세청 추가 과세 처분으로 거액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증을 받아 거래 조건을 정하자"고 DL 측에 제안했다.

25년 넘게 동업 관계를 이어온 한화·DL이 여론전에 돌입한 배경에는 석유화학 산업 수익성 악화와 5대 5 지분 구조에 따른 책임 경영 부재가 있다. 

여천NCC는 지난 3년간 약 7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차입금 상환은커녕 회사 운영자금조차 말랐다. 석화 산업 최대 호황기였던 2017년 1조1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다른 석화 기업은 호황기에 번 돈을 사내에 비축하거나 설비 재투자를 진행하며 불황기에 대비했다. 반면 여천NCC는 양대 주주 배당에 소진했다. 실제로 여천NCC는 지난 2018년 사상 최대 규모인 7400억원의 배당을 의결하기도 했다.

한화·DL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는 일시적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일시적으로 악화했던 2007년이다. 당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여천NCC 임원진 인사를 놓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2007~2008년을 뛰어넘는 초대형 불황이 닥친 현재 한화·DL의 동업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두 회사는 불황 초입인 2022년 여천NCC 분할을 논의했지만 설비 분리와 채무 관계 정산 등 어려움에 성사되지 않았다. 석화 사업 지속 의지가 강한 김승연 회장과 여천NCC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해욱 DL그룹 회장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올 하반기 관련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여천NCC 노조(전국화섬노조 여천NCC 지회)는 이날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회사 부도 위기에 조속한 지원을 결정한 한화그룹의 신뢰와 지원에 감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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