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테라USD’(테라) 발행과 관련해 사기 등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아온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날 권씨 재판 관련 결정문에서 권씨가 유무죄 답변을 변경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12일 오전 법정에서 긴급 협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권씨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미국에서 증권사기, 통신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뒤 미 연방검찰이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하면서 총 9개 혐의를 적용했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다.
권씨는 지난 1월 첫 기소인부 심리에 출석해 모든 혐의에 무죄를 주장했으나 ‘플리 바겐’(유죄 인정 조건의 형량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식 재판 없이 곧바로 선고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본 재판은 내년 2월 개시가 예정돼 있었다.
검찰은 지난 1월 첫 재판 전 협의에서 방대한 증거자료와 암호화된 데이터 해독, 권씨 등이 작성한 한국어 통신자료 번역 필요성 등을 들어 증거공개 요구절차(Discovery)까지 충분한 일정을 달라고 요청했고 판사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미국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가상화폐 정책이 권씨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일부 업계에서는 권씨가 '가상화폐 대통령'을 표방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할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을 통과시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랩스 소송을 취하하는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환경이 완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지난 6월 재판 전 협의에서 당시 의회 계류 중이던 지니어스법이 권씨 재판에 영향을 미치냐고 보는지 피고인 측에 물었고 권씨 측 변호사는 “당연히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테라폼랩스는 ‘테라 프로토콜’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연동이 붕괴돼 다수 투자자에게 피해를 안겼다. 미 검찰은 테라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한 투자사와 비밀리에 매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지적하며 시세조종 공모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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