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 뇌물청탁 등 세 가지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2일 열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주말에도 전원 출근해 심사 전략을 조율하며, 영장청구서에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핵심 사유로 명시해 법원 설득에 나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여사가 수사 전후로 핵심 증거를 없앤 구체적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2022년 4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포맷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휴대전화를 교체한 뒤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전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유경옥·정지원씨도 수사 직전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이 같은 행위는 영장청구서에 ‘특검 수사 개시를 전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례’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압수수색 당시 변호인 도착 전까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아 집행이 지연됐고,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거부해 분석이 지연된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보여진다.
특검은 김 여사가 향후 건강상 이유를 들어 조사에 불응할 가능성도 ‘도주 우려’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5월 검찰의 공천개입 의혹 소환에 불응했고, 6월 말에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첫 소환조사 전에는 오후 6시 이전에만 조사를 받겠다고 요청한 바 있다.
영장청구서에는 세 가지 범죄사실이 상세히 적시됐다.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대표적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총 70만여 주를 대상으로 통정거래·가장매매, 고가매수, 물량소진 등 3800여회 불법 거래를 지시하거나 동의해 약 8억1100만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관련자 상당수는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른바 ‘명태균 공천개입’이다.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총 58회(공표용 36회, 비공표용 22회)에 걸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았고, 명씨는 이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이를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행위’로 규정했다.
건진법사 뇌물청탁도 포함됐다. 통일교 측이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김 여사에 전달하려 했고, 김 여사와 전성배씨가 이를 은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여사와 전씨는 각각 “받은 적 없다” “잃어버렸다”고 주장하지만, 특검은 물품을 숨기기 위해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이외에도 김 여사가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에 대해서 “2010년 모친 선물”이라고 진술했지만, 제조사 확인 결과 2015년 이후 출시된 제품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혐의는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거짓 해명 사례로서 증거인멸 위험성을 부각할 수 있다고 본다.
특검팀은 이번 영장심사에서 각 혐의가 이미 관련자 유죄 확정, 물적 증거 확보 등으로 상당 부분 입증된 상태라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주가조작 공범들이 존재하는데도 김 여사가 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향후 공범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논리다.
김 여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구속영장 청구서는 특검의 일방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영장심사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구속 여부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구속이 결정될 경우 전직 대통령 부인이 수감되는 첫 사례가 되며, 향후 특검 수사와 재판의 향방에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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