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아우르는 '돈바스' 지역을 넘겨주면 휴전하겠다는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휴전을 중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양 정상이 영토 양보 요구가 담긴 휴전안에 대해 어떤 합의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WSJ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휴전 중재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에게 이 같은 제안을 직접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영토를 양보하고 그 사실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면 휴전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 철수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방안이 성사된다면 러시아는 돈바스로 불리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2014년에 이미 강제로 병합한 크름반도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게서 이 제안을 받은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6일부터 3일간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을 만나 러시아 제안을 논의했는데, 첫날 전화 브리핑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이 '돌파구'는 아니지만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날 논의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 제안이 두 단계로 구성돼 있다고 언급했다. 첫 단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에서 철수하고 전선을 동결하며, 이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평화 계획에 합의하고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상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논의 참석자들은 유럽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러시아 제안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일부 영토를 통제하고 있는 자포리자 남부와 헤르손 남부 지역의 반환 여부, 군대 완전 철수 결정 등 제안과 관련한 핵심사항을 파악하려고 했으나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
또한 휴전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가할 제재와 관세를 피하고자 푸틴 대통령이 이 제안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쟁을 계속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년 이상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종전을 원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토 상당 부분을 양보하는 데에는 반대하고 있어 러시아 제안이 국민적 추인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평화 합의 서명식에서 '우크라이나가 휴전 조건으로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우리는 일부(영토)를 돌려받을 것이다.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돈바스를 넘겨달라는 러시아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자포리자와 헤르손 통제권은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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