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위한 군사작전을 결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묻자 “우리는 지금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그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말하기 어렵다. 그건 거의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기로 결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 결심을 최근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에게 전하며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전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생존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도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군 훈련소에서 신병들에게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적을 섬멸하고 인질을 석방해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임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도 총리실 관계자들을 인용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에 대한 강공을 개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완전 점령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같은 강경 기류가 하마스를 협상장으로 압박하기 위한 전술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각료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은 가자 완전 점령안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당초 자미르 참모총장은 이날 저녁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예정이었다.
자미르 참모총장은 전면 점령 작전이 생존 인질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각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강경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점령과 단호한 행동에 대한 결정이 내려진다면 참모총장은 정치권의 지시를 전적으로 따를 것임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도 가자 경계 완충지대를 찾아 “하마스를 격파하고 인질들을 귀환시킬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전쟁의 주요 목표”라며 “정치 지도부가 필요한 결정을 내리면 군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자인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엑스에서 “참모총장은 자신의 전문적인 견해를 정치권에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며 “군이 정부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자미르 참모총장을 옹호했다.
유엔 고위 관계자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로슬라브 옌차 유엔 유럽·중앙아시아·아메리카 담당 사무차장보는 이날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가자 전쟁이 확대되면 “수백만 팔레스타인인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가자에 남아있는 인질들의 생명을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 분쟁이나 더 광범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중재국을 통해 논의하던 ‘60일 휴전안’은 지난달 24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병력 철수 범위 확대,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한 구호품 배급 방식 철회 등을 역제안하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하마스는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가자지구에 하루 최소 250대의 구호 트럭 반입을 요구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