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美 관세 15%'에 대응 분주…현지 공장 유무로 희비 갈려

  • 공장 없는 삼양·롯데 가격인상 고심

  • CJ·농심은 현지 조달로 영향 최소화

외국인들이 삼양식품 붉달볶음면과 불닭소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외국인들이 삼양식품 '붉달볶음면'과 '불닭소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한미 양국이 15% 상호관세 부과에 합의하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은 향후 미국 수출 전략 재조정에 나섰다. 한정된 원가 구조와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관세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수출 규모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얼마나 갖췄는 지가 기업별 대응력을 가르고 있다.

미국에 생산시설이 없는 기업은 관세 전액을 부담해야 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은 지난해 전체 매출 1조7280억원 중 77.3%에 해당하는 1조3359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이 중 미국 법인 매출은 약 3868억원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미국이 주력 수출 시장이지만, 현지 판매 물량은 모두 국내에서 보내고 있어 관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삼양은 불닭볶음면 등 일부 제품의 가격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삼양 관계자는 "인상 시점과 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관세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롯데웰푸드도 수출 품목을 국내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미국 주력제품 '빼빼로'를 앞세워 지난해 수출액 70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가격 조정이 아닌 마케팅 투자 확대를 노리고 있다. 가격 인상이 신규 소비자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초반에는 기업이 일정 부분 부담을 감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 현지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미국에서 전체 식품사업의 42%에 해당하는 매출(4조7138억원)을 올렸을 만큼 미국 시장 비중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비고 만두 등 대부분 주력 제품을 미국 내 20여 개 공장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CJ는 육류가 포함된 제품은 한국에서 수출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찌감치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관세 이슈 속에서 이러한 전략이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다.

농심도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라면 공장 2곳을 운영 중으로, 미국 내 유통 제품 대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부 스낵류는 국내에서 수출되고 있으나 매출 비중과 단가가 낮아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풀무원 역시 미국 유통물량의 90% 이상을 현지 공장 4곳의 자체 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미 갖춰진 생산 체계 덕분에 관세 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생산 수출 비중도 적지 않은 '부분 현지화' 단계에 있다. 2022년 LA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 제조업체 럭키푸드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 기반을 확장했다. 다만 주력 수출 품목인 종가 김치의 경우, 현지 생산 비중이 절반에 못 미쳐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 확대와 수출선 다변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지 주요 유통 채널과의 협의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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