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다소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 방산 기업들에 대한 희토류 공급은 여전히 막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희토류 대국인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탄환에서 제트기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무기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 자석을 수입하는 한 서방 무역업체는 최근 중국 당국이 민수용 희토류 자석 수입 요청은 승인했지만 방산 및 우주항공 목적의 희토류 자석 수입 요청은 처리를 거절 및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드론 추진 모터 생산업체인 이프로펠드는 최근 중국 자석 공급업체로부터 자사의 제품 및 구매업체 리스트를 요청하는 중국 정부의 서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의 군수용 희토류 수출 감시가 강화된 가운데 미군에 드론 부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는 중국산이 아닌 자석 공급원을 찾느라 납품 기한이 최대 2개월가량 늦어졌다고 WSJ는 짚었다. 아울러 특정 희토류 가격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이전에 비해 가격이 5배 이상 뛰었고, 최근 한 방산업체는 제트기 엔진의 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희토류인 사마륨의 오퍼 가격이 표준가의 60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작년 4월에 사마륨 등 7종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실시한 데 이어 12월부터는 게르마늄, 갈륨, 안티몬 등 희토류들의 대미 수출을 금지하고 나섰다. 해당 희토류는 납탄 및 발사체 강화, 야시경 센서 생산 등에 사용되는 재료들이다. 이에 미국의 대표적 방산업체 중 한 곳인 레오나르도DRS의 빌 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콘퍼런스콜에서 자사의 게르마늄 재고가 "안전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시의적절한 제품 인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재료 수급이 개선되어야만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이를 앞세워 압박에 나서자 미군의 무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방산정보업체 고비니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무기 시스템에 사용되는 부품 중 8만개 이상이 중국 수출 통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희토류 압박은 미군이 공급망의 많은 부분을 얼마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양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무역 협상이 달아오르는 시기에 중국에 우위를 안겨주고 있다"고 평했다.
WSJ는 여러 방산 분야 중에서도 특히 드론업계가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드론업계에는 많은 소형 스타트업들이 분포한 가운데 대기업들처럼 충분한 희토류를 보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방산업체들에 2027년까지 중국에서 조달한 광물이 포함된 희토류 자석 매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미·중 양국은 지난 6월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통해 양국이 서로 각각 기술 수출 통제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지난달 말 스웨덴 스톡홀름서 가진 제3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미·중 관세 휴전 마감시한을 90일 연장하는 합의에 근접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초 미국 정부가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던 엔비디아의 H20칩 대중국 수출이 아직 미 상무부에서 승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선이 초래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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