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ㆍ전자ㆍ배터리 기업, '트럼프 룰' 맞춰 공급망 지도 다시 그린다

  • 현대차, 미 생산 물량 현지서 소화

  • 삼성, LG전자는 베트남 생산 물량 조절

  • SK온, LG화학 등은 美 현지화 속도

아주경제 DB
[그래픽=아주경제 DB]
 
한·미 관세 협상이 일단락되면서 전자·자동차·배터리 등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이 공급망 수정 전략에 착수했다. 핵심은 미국 내 생산능력을 최대한 늘리고, 기존 해외 생산 기지 중 상호 관세율이 낮은 지역의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또 관세·물류비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규 생산 기지 구축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68개국과 유럽연합(EU)에 부과할 새 상호 관세율을 발표하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일제히 수출 전략 수정·보완에 나섰다. 한국과 일본, EU의 대미 상호 관세율은 15%로 동일하지만 인도(25%), 멕시코(25%), 베트남(20%), 인도네시아(19%) 등 국가별 관세율이 상이해 최대한 유리한 지역으로 생산망을 이전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어서다. 
 
자동차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지며 한숨 돌리게 된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판매 차량의 생산지 이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36만대)과 조지아 공장(50만대), 메타플랜트(50만대) 등을 합쳐 총 136만대,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40만대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다. 이들 공장은 각각 캐나다, 멕시코, 미국 수출 전초 기지로 활약해 왔는데 최근 미국이 캐나다에 35%,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전량 현지 공장에서 흡수하는 한편 멕시코 기아 공장에서 생산하던 미국 수출 물량도 앨라배마나 조지아 공장으로 일부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멕시코 공장은 캐나다 수출 물량을 전담하는 방향 등으로 생산지를 변경하는 작업이 병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가전제품 생산 기지가 있는 베트남과 인도에도 높은 관세율이 책정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공급망 조정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멕시코 공장 활용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북미 공급망'을 이용하는 제품에 한해 USMCA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USMCA는 미국 정부가 제시한 노동·핵심 부품 원산지 조건 등을 갖추면 무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아울러 LG전자는 인도에서 생산되는 TV·에어컨·세탁기 등 가전 제품의 미국 수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미국 테네시주에 기존 가전 공장을 증설하는 안도 함께 추진한다.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화 속도를 더 높인다. SK온은 엘앤에프와 협력해 북미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동 전선을 구축한다. 엘앤에프에서 공급받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원자재는 미국 스타트업 미트라캠과 공동 생산하는 제품으로, 이를 통해 USMCA 기준을 충족하고 미국 관세 장벽을 우회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170만여 ㎡ 부지에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연간 12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연 120만대분의 고성능 전기차(EV, 500㎞ 주행 가능)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연내 생산을 시작해 2027년께 100% 가동이 목표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셀즈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아직 품목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은 대응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중순께 관세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율 관세가 부과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들 역시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 우리만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다만 수익성 악화는 각오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회와 리스크 요인을 분석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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