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물꼬 틀고 '광우병 사진' 내밀고…관세 협상 이모저모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기획재정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기획재정부]
우리나라와 미국이 관세 합의를 이룬 가운데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간 당국자들의 진정성이 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소고기 시장 개방 확대 압력에 맞서 과거 '광우병 시위' 사진을 보여주며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민감도를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 정부 협상단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8월 1일 25% 발효가 예고됐던 국별 관세를 15%로 내리고 자동차 관세 25%를 15%로 인하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했다.

양국 간 무역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협상 전후 뒷이야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협상팀은 스코틀랜드로 향한 것을 협상의 주요 분수령으로 꼽았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협상의 분수령은 여러 번이겠지만 스코틀랜드 방문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투자) 펀드의 구조 등이 진전된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협상의 마지막 순간으로 가면서 모멘텀이 생긴 뒤 가속이 붙는 순간이 있다"며 "미국과 일본 간 협상 타결 직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에게 연락이 왔고 그 시점부터 속도가 붙었다"고 회상했다.

러트닉 장관에게 연락을 받은 여 본부장은 지난 22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3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도착 직후 러트닉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다. 

첫 만남에서 협상팀은 1㎡ 크기로 자체 제작한 패널을 들고 본격적인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이 패널에는 협상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이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그 자리에서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의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협상팀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워싱턴DC에 남아 러트닉 장관을 기다리거나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이다. 고민 끝에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예정에 없던 출장이 협상의 주요 분수령이 됐다.

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 두 차례 협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협상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도 "러트닉 장관의 뉴욕 사저를 찾아 협상에 나섰고, 스코틀랜드에서 협상의 틀이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러트닉 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할 순간에 어떻게 대응할지 유용한 팁을 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미국의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 농민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한국보다 먼저 협상을 마무리한 주요국 대부분이 농축수산물 추가 개방에 나선 것도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협상단에서는 미리 준비해간 '광우병 시위 사진'을 내밀며 미국 측을 설득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우리 국민에게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 본부장이 이러한 사진을 준비해 한국 상황을 이해시켰다는 것이 김 장관의 설명이다.

여 본부장은 "여러 논리적인 설득과 주장을 통해 소고기와 쌀이 '레드라인'이라는 강한 입장을 주장해왔다"며 "어느 순간부터 광화문의 대규모 촛불시위 사진을 들고 다녔고, 이를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에게 보여줬다. 감정에 호소해 설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등과 협상할 때와 달리 즉석에서 합의문을 고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협상팀)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해당 내용을 올리면서 합의가 현실화된 것을 인지했다. 회담은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언급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 여 본부장은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며 "새로 선출된 한국 대통령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향후 정상 외교와 안보채널 중심으로 여러 논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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