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인 과학자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영문도 모른 채 구금돼 수일째 억류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에 따르면 텍사스 주립대 A&M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김태흥(40) 씨는 지난 21일 공항 입국 심사 과정에서 ‘2차 심사’ 명목으로 붙잡힌 후 이날까지 8일째 구금돼 있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인 영주권자 김 씨는 텍사스의 명문 주립대로 꼽히는 A&M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연구를 수행하던 과학자다. 그는 남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던 중이었다.
미국 당국은 구체적인 구금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김 씨는 변호사와의 상담은 물론 가족과의 연락도 거의 차단된 상태다. 그는 지금까지 가족과 단 한 차례 짧은 전화 통화만 허용됐다.
김 씨는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지만,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고 이를 모두 이행했다고 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은 이날 김 씨의 사연을 보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범죄 경력이 미미하거나 전혀 없는 불법 이민자들뿐 아니라 유효한 체류 비자나 영주권을 소지한 합법 이민자들까지 단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민·출입관리 당국인 세관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은 이 신문에 보낸 성명에서 “영주권자가 신분에 어긋나게 마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출두 통지가 발령되고, CBP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집행추방작전부(ERO)와 구금 공간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김 씨의 어머니는 “우리 가족은 미국이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는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믿고 이민을 왔다”며 “제 아이들은 사실상 미국이 고향인데, 단지 과거에 실수를 했거나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갇히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 씨의 변호인은 “김 씨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연구자임에도, 헌법까지 어기며 연행한 사실에 분노한다”며 “CBP 관계자는 김 씨의 변호사 접견을 거부하면서 미국에서 35년을 살아온 이에게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만성 천식을 앓고 있지만 구금 기간 중 약물 공급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미교협은 “CBP는 규정상 억류 최대 기간이 72시간(3일)임에도 불구하고 법령을 무시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런 장기간의 구금과 변호사 접견 불허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미교협은 김 씨의 정식 재판을 통한 법적 권리 회복, 연방 의원 등에게 공론화하는 등 김 씨의 추방을 피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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