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설적으로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데 있어 이민자들의 역할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부터 영국 등 유럽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이고, 세계 1·2차 대전과 냉전 기간을 거치며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많은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국력에 힘을 보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종 차별 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의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꽃피우며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만 하더라도 각각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다.
이에 이민자들은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깊이 뿌리내린 가운데 각계각층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미국 이민자 권익 단체인 미국이민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이민자 수는 약 480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했고, 1조6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당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6%를 담당했다. 특히 많은 이민자들이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은 이민자 노동자의 감소를 야기하며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노동력 성장이 상당히 둔화되면 경제 성장도 둔화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우수한 외국인 및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을 찾기 위해서는 아직 제도, 의식 등 여러 측면에서 개선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지게차 괴롭힘' 스리랑카 근로자의 경우가 한 예다. 가혹 행위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을 넘어 기존 고용허가제를 다시 한번 검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마약, 범죄 등의 부작용 예방 조치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달 방한이 예상되는 또럼 베트남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외교 무대였던 G7을 제외하고는 이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니만큼 관심도 높다. 이를 통해 이민자 및 이주 근로자들과 관련해서도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용주의 청사진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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