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로 전환하는 한국, 트럼프 이민 정책 반면 교사로 삼아야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그런데 관세 정책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을 꼽자면 바로 이민 정책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 및 공공 안전 등을 이유로 이민 정책을 강화하면서 조금의 의혹이라도 있는 이민자를 추방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교민을 비롯해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을 향한 감시의 눈초리도 그만큼 매서워진 모습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데 있어 이민자들의 역할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부터 영국 등 유럽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이고, 세계 1·2차 대전과 냉전 기간을 거치며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많은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국력에 힘을 보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종 차별 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의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꽃피우며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만 하더라도 각각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다.

이에 이민자들은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깊이 뿌리내린 가운데 각계각층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미국 이민자 권익 단체인 미국이민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이민자 수는 약 480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했고, 1조6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당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6%를 담당했다. 특히 많은 이민자들이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은 이민자 노동자의 감소를 야기하며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노동력 성장이 상당히 둔화되면 경제 성장도 둔화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민자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어느덧 국내 거주 외국인이 260만명을 넘었고, 상주 외국인이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한국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각 동네에서조차 외국인을 보는 것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고,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없으면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한국 경제가 처한 인구 감소, 내수 부진 등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및 이민자들의 힘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으로 미국 내 입지가 좁아진 고급 인력을 유치한다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과거 미국이 그랬듯 국가 경쟁력을 위한 귀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우수한 외국인 및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을 찾기 위해서는 아직 제도, 의식 등 여러 측면에서 개선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지게차 괴롭힘' 스리랑카 근로자의 경우가 한 예다. 가혹 행위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을 넘어 기존 고용허가제를 다시 한번 검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마약, 범죄 등의 부작용 예방 조치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달 방한이 예상되는 또럼 베트남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외교 무대였던 G7을 제외하고는 이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니만큼 관심도 높다. 이를 통해 이민자 및 이주 근로자들과 관련해서도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용주의 청사진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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