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號 SK이노 첫 결단 주목...엔무브 지분 재매입 카드 만지작

  • 상장 어려운 SK엔무브…지분 회수로 방향 전환

  • 장용호 총괄사장 체제 첫 대규모 의사결정

  • 중복상장 규제 강화, 당국·대통령 기조 변화 영향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의 2026년 상장이 어려워짐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조기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룹 내 구조조정 전문가인 장용호 총괄사장 체제 출범 이후 인수·합병 관련 첫 대규모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FI인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보유한 SK엔무브 지분 30%를 재매입하는 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6년 상장이 무산되면 ICS가 보유한 지분을 재매입해야 하는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ICS에 SK엔무브 지분 40%를 약 1조2000억 원에 매각했다. 이 가운데 10%는 올해 초 콜옵션으로 회수했다. 나머지 30%에 대한 재매입이 현실화되면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복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엔무브는 사업 구조상 독립 상장 필요성이 크지 않고, 투입 자금도 비교적 적어 되사오기 가장 용이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를 다시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가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물적분할·인수합병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기업 집단의 중복상장 제한을 강조한 만큼 정부의 인공지능 투자 및 일자리 확대 정책 등에 동조하는 SK그룹 입장에서 SK엔무브 상장 추진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SK엔무브 기업공개(IPO) 예비심사 전 사전 협의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상장을 사실상 반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 환경 변화 속에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상장보다 리스크 관리와 재무 안정성 회복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다만 ICS와의 가격 협상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ICS는 내부수익률(IRR) 5.7%를 보장받기 위해 SK엔무브의 지분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하려 하고 있어, 지분 재매입을 놓고 양측 간 가격 차를 좁히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3.4% 급감한 3155억원에 그쳤고, 올해 1분기에는 446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유동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SK지오센트릭, SK온 등 2026년 상장을 예고한 다른 자회사들의 IPO 로드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B 업계에선 장용호 총괄사장이 이끄는 SK이노베이션이 무리해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기 보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설득해 상장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중국·중동발 생산 과잉으로 구조적 불황에 직면한 만큼 상장 대신 매각이나 다른 석화 업체와 설비 통폐합 등을 선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은 사전에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