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에서 유상증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금리·실적 둔화·투자 수요 확대가 맞물린 영향이다. 지난해 전체 유상증자 규모가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상장사의 관련 공시가 급증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초까지 유상증자 관련 공시는 387건(종속회사 공시 포함)에 달한다. 전년 동기(241건) 대비 60.6% 늘었다. 차입 대신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신산업 투자 여력을 키우기 위한 선택을 하는 기업이 많았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3월 기업 직접금융 조달현황’에서도 유상증자 규모는 3002억원으로 2월보다 26.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 마련 목적이었다.
작년에도 유상증자 규모는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상증자 건수는 1062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발행 금액은 26조6790억원으로 6.6% 늘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는 건수와 금액이 각각 11.0%, 16.4% 늘며 자금 수요 확대가 뚜렷했다.
유상증자 방식으로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가 많았다.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한 뒤 남은 물량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하는 구조로 자금 조달과 지분 희석 방지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특정 투자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제3자 배정’은 빠른 자금 유치에는 유리하다. 다만 신주 발행가가 시가보다 낮으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되고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대형 증자 사례로는 삼성SDI가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총 1조6549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전고체배터리 개발과 시설 투자 자금 확보가 핵심 목적이다. 포스코퓨처엠도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눈길을 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로서는 증자 목적이 성장 투자인지 단순 유동성 확보인지, 자금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자 이후 주가 흐름은 발행 목적, 할인율, 최대주주 참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자금 사용계획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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