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극심한 인력 부족을 겪는 가운데, 베트남이 젊은 인구 구조, 우수한 수학·기술 역량,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2일 베트남 현지 매체 VnEconomy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와 국내외 주요 인사들은 “인적 자원이야말로 베트남이 반도체 산업 유치 경쟁에서 내세울 수 있는 전략적 무기”라며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응우옌마인훙(Nguyen Manh Hung)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은 “베트남인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유전적으로 강점을 지닌 민족으로, 이는 복제 불가능한 고유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응우옌칵릭(Nguyen Khac Lich) 베트남 정보기술산업국 국장은 “베트남은 국내 수요를 넘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인재를 공급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기술기업들도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최근 베트남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및 연구 인력을 활발히 채용 중이며, 베트남 대표 정보기술(IT)기업 FPT의 응우옌반코아(Nguyen Van Khoa) 대표는 “반도체 분야 인력 수급 불균형은 전 세계적 문제이며, 심지어 대만 같은 중심지조차 인재 공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현재 적극적인 인재 양성에 나서 2030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 5만 명을 확보하고, 2045년에는 이 수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과 실무의 간극이다. 베트남에서 매년 수만 명의 공학계열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들이 현장에 즉시 투입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공식 파트너인 반도차제조기업 코아시아 자회사 코아시아세미(CoAsia SEMI) 응우옌타인옌(Nguyen Thanh Yen) 베트남 법인장은 “기업은 단순한 졸업생이 아니라 바로 일할 수 있는 경험자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옌 법인장은 “대학은 이론 교육 중심이고, 기업은 실무 역량 있는 인재를 요구한다”며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본질적인 산학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해결책으로 ‘정부-대학-기업’ 삼자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 즉, 정부가 졸업생의 첫해 급여 일부를 지원하고, 기업이 이를 받아 실제 프로젝트 환경에서 훈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신규 졸업생 1인의 연간 급여가 1만 달러(약 1375만원)라고 가정할 경우, 연간 1000만 달러 투자로 현장 실무 능력을 갖춘 반도체 인재 1000명을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이는 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투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의 대다수 대학은 이미 반도체 관련 학과를 개설했음에도 여전히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강사의 전공 분야에 따라 과목 편중이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칩 설계, 테스트, 패키징, 시제품 제작 등 다양한 공정 경험과의 괴리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반도체 인재 양성 문제는 단순히 ‘5만 명’, ‘10만 명’이라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얼마나 배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옌 법인장은 “실전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 양성 없이는, 베트남이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의 주요 축으로 도약하긴 어렵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정부와 교육계,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는 실질적 모델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베트남이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인재 양성의 질적 혁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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