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3개월째 흑자지만 폭풍전야…"갈수록 관세 영향 커진다"

  • 경상수지 91억4000만달러 흑자…전월比 20억달러↑

  • 23개월 연속 흑자는 역대 3번째 장기 흑자 기록

  • 자동차·의약품 등 조기 선적·현지 생산 증가

  • 낸드·D램 가격 오르고 HBM 수요 견조하지만

  • 신승철 한은 통계국장 "시간 갈수록 관세 효과 크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난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2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는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손꼽히는 장기 흑자 기록이다. 다만 트럼프 관세전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직전 달의 교역 성적표인 만큼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관세 영향권으로 들어가는 데다가 외국인 배당 지급이 몰리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흑자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91억4000만 달러(약 12조8463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직전 2월(71억8000만 달러)보다 약 20억 달러 많고 지난해 같은 달(69억9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약 22억 달러 커졌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1분기(1∼3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192억6000만 달러)도 지난해 같은 기간(164억8000만 달러) 대비 27억8000만 달러 웃돌았다.

이번에 기록된 2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는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기간에 해당한다. 역대 1~2위 최장 기간 흑자 기록은 지난 2012년 5월~2019년 3월(83개월), 2020년 5월~2022년 7월(27개월)에 세워졌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항목별로는 3월 상품수지 흑자(84억9000만 달러)가 전월(81억8000만 달러)이나 지난해 3월(83억9000만 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수출(593억1000만 달러)은 반도체 수출이 1개월 만에 반등하고 컴퓨터 수출도 늘면서 1년 전보다 2.2% 증가했다.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주변기기(31.7%)·의약품(17.6%)·반도체(11.6%)·승용차(2.0%) 등이 늘고, 석유제품(-28.2%)과 철강제품(-4.9%)은 줄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11.0%), EU(9.8%)에서 호조를 보인 반면 중국(-4.2%)에서 고전했다.

수입(508억2000만 달러)은 2.3% 불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34.6%)·석유제품(-15.1%)·원유(-9.0%) 등 원자재 수입이 7.5% 줄었지만, 반도체제조장비(85.1%)·반도체(10.6%)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이 14.1% 증가했다. 승용차(8.8%)·비내구소비재(3.8%) 등의 소비재 수입도 7.1% 늘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상품수지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면서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등 IT품목이 호조를 보였고, 자동차와 의약품 등 비IT 품목도 증가해 양호한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관세 영향이 소폭 나타나기는 했지만 4월부터 본격 반영된다는 점에서 아직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3월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부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겼지만 상호관세는 7월 초까지 90일간 유예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지난 3월부터 25% 관세가 시행되고 있지만 관세보다는 경기나 가격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신 국장은 "철강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큰 폭의 감소를 이어오다가 4월 대미 수출이 플러스로 나타났다"며 "철강은 관세정책보다 미국 제조업이나 건설경기 투자가 지연된 영향을 주로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알루미늄의 경우 "3월 12일부터 관세가 시행됐음에도 높은 수준의 플러스 증가세를 보이는데 알루미늄 가격 자체가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면서 가격 요인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왼쪽부터 김준영 국제수지팀 과장 신승철 경제통계1국장 김성준 국제수지팀장 권수한 국제수지팀 과장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왼쪽부터 김준영 국제수지팀 과장, 신승철 경제통계1국장, 김성준 국제수지팀장, 권수한 국제수지팀 과장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자동차는 조기 선적을 통한 현지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며 향후에는 현지 생산을 통한 조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4월부터 25% 관세가 시행되면서 3~4월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현지 국산 자동차 판매 실적은 양호한 편"이라면서 "관세 시행 이전인 2월 조기 선적한 물량으로 재고가 충분한 상황인 데다 현지에서도 생산을 늘려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의약품 대미 수출이 급증했는데 이는 품목 관세 시행 전에 수출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 국장은 "의약품 품목은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리 바이오시밀러 제품, 위탁제품 등이 미국에 수출이 많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1개월 만에 반등한 반도체와 관련해선 "최근 중국과 경쟁에서 밀려 큰 폭으로 하락했던 낸드와 디램(DDR4) 가격이 반등한 데다 글로벌 AI 수요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반도체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미국이 반도체 품목 관세와 규제를 어느 정도로 할지 등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해외 배당 지급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3월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 국장은 "4월은 계절적으로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무역수지는 3월과 비슷한 규모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관세 영향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관세 정책 효과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연간 경상수지 규모는 한은의 2월 경제전망 예상치인 75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분기만 보면 지난해와 조사국 전망치보다 높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관세 영향이 광범위하게 시행될 것으로 예고된 만큼 경상수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상호관세가 90일간 유예된 부분이 있고 의약품 등 품목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경상수지 전망이 하향 조정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높아 진행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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