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달 23일 서울 청계천에는 올해의 서울색인 ‘그린 오로라’ 색상 의자들이 줄지어 펼쳐졌다. 그 옆에는 ‘책 봐, 구니’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사각형 책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새로운 풍경에 발길을 멈추고 하나둘 의자에 앉기 시작했고 책을 꺼내 들어 책장을 넘겼다. 쉴 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도시인들이 책과 마주할 수 있는 도심 속 쉼터, 서울야외도서관 '책읽는 맑은냇가'에서다.
대형 도서관으로 변신한 청계천 모전교에서 광통교 사이에는 은은한 노래가 흘러나와 책 읽기 좋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곳곳에는 ‘책읽는 맑은냇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친구와 함께 바람을 쐬러 이날 청계천을 찾은 김은미씨(42)는 “책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책이 놓여 있으니 몇 자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음악까지 흘러나오니까 청계천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며 “누구에게나 잠깐 휴식을 찾아주는 공간이 생긴 것 같아 너무나 좋다”고 들떠 말했다.
평소 점심을 마치고 청계천에 산책을 나온다는 한 직장인은 “청계천 한 바퀴 돌고 들어가려 했는데 우연히 앉은 자리에 관심사인 운동 관련 책이 있어 읽고 있었다”며 “이런 공간이 없을 땐 사람들 얼굴이 다 지쳐 보였는데 지금은 다들 환해진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청계천 산책로에는 더위를 가릴 우산, 책을 밝혀줄 북라이트, 책에 인상 깊은 문구를 표시해 둘 밑줄 플래그를 빌려주는 부스도 마련됐다. 또 과학을 주제로 한 책을 모아둔 작은 코너도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서울시는 청계천을 비롯해 광화문, 서울광장 등 세 곳에서 모두 매주 금·토·일요일 서울야외도서관을 운영한다. 도서관 문턱을 낮춰 시민들이 보다 편하게 일상에서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청계천과 광화문, 서울광장에서 각 장소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도심 속 휴양지 콘셉트인 ‘광화문 책마당’은 북악산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하는 ‘달빛낭만극장’과 ‘달빛낭만콘서트’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서울광장 ‘책읽는 서울광장’은 잔디밭을 무대로 ‘잔디 씨어터’ ‘잔디 버스킹’을 매주 진행한다.
이 밖에 세 곳 야외도서관 모두 디지털 기기를 잠시 끄고 독서에 오롯이 몰입하는 ‘책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독서 캠핑’ ‘파자마 떼독서’ ‘별별 낭독회’ 등 색다른 독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야외도서관은 지난달부터 다음 달까지 상반기와 9월부터 11월까지 하반기로 나눠 운영한다. 여름철엔 무더위를 피할 수 있게 야간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