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기준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준통화는 한 나라의 통화가 외환 정책에서 기준으로 삼는 외국 통화로, 이를 통해 환율을 결정하거나 외환시장 개입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앞으로 유럽과의 경제 연계를 강화하고 환율 안정의 기준을 유로화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안드리 피슈니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7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통화(흐리우냐)의 기준통화로 달러 대신 유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피슈니 총재는 기준통화 변경 배경에 유럽연합(EU) 가입 가능성, 방위 역량 확보에 있어 EU의 역할 강화, 세계 시장의 변동성 확대, 세계 무역 분열 가능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슈니 총재는 “이 작업(기준통화 변경)은 다방면에 걸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피슈니 총재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기준통화 변경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한 이후 1996년 우크라이나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고, 흐리우냐를 공식 화폐로 도입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달러를 기준통화로 사용해 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는 1달러당 29흐리우냐로 환율을 고정했다. 하지만 전쟁으로 재정 불균형이 심화하며 흐리우냐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10월에는 우크라이나 경제가 급격한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라 고정환율제를 은행 간 외환거래로 환율이 결정되는 관리형 변동환율제로 바꿨다.
우크라이나가 유로를 기준통화로 삼으려는 것은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유로존 중심의 경제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수출입·통화정책 등을 유럽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심화된 시장 불안정성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기축통화는 국제 단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다. 현재 미국 달러, 유로 등 일부 통화만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지수(DXY)는 주요 통화 대비 9% 이상 하락했으며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보유를 줄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기준통화 변경은 변동성이 큰 달러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로에 의존해 경제적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피슈니 총재는 “미국 달러화 거래가 외환시장의 모든 부문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지만 유로화 거래 비중도 대부분 부문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로의 기준통화 지정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추진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불가리아는 EU 가입 전부터 유로를 기준통화로 사용했다.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도 EU 가입 전 단계부터 유로를 기준으로 환율 정책을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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