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기업인 줄소환… '보여주기' 전락한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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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입력 2024-10-0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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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출석 요청

  • 영풍·고려아연 등 이슈몰이 기업도

  • 병풍 세우다 호통치는 국감으로 변질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는 7일부터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올해도 주요 기업인들이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대거 채택되면서 '보여주기식' 국감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 108명과 참고인 53명 등 총 161명을 채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는 4대 그룹 총수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포함됐다. 정 회장은 KT 최대 주주 변경 관련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중저가 단말기 관련 참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무위원회는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소유주 일가의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김 부회장이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된 후 입장을 내고 "한화그룹은 적법 절차에 따라 정도 경영을 하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편법이나 부당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사항이 없으며 향후에도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경영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재계에서 가장 큰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도 빼놓지 않았다.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양측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 매입을 공식화한 만큼 국감에서는 이들을 상대로 관련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와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등도 산업기술 유출 예방조치 및 점검 등과 관련한 질의를 위해 참고인으로 부른다.

이 밖에도 △장재훈 현대차 사장(대기업·중견중소기업 교란행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카카오택시 등 수수료 및 이용 불편) △김영섭 KT 대표(한전 원격검침 인프라 구축 모뎀사업 관련) △방경만 KT&G 대표(불공정 판매 강요 문제) △강한승 쿠팡 대표(자사 우대 노출), 피터얀 반데비트 우아한형제들 대표(소상공인 배달 수수료 관련) 등도 국감장에 나올 예정이다.

1949년부터 시행됐다가 유신 시절 사라졌던 국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1988년에 부활했다. 국감은 국정 전반을 감시·견제하라고 입법부에 부여한 권한이다. 이에 따라 피감기관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어야 한다. 기업인들을 소환한 것은 국민을 대표해 주요 현안에 대해 기업 측 입장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맹탕 국감'으로 변질됐다.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자기 이름을 알리고자 유명 기업인들을 불러다 병풍을 세워 놓고, 국감에 어울리지 않는 질문으로 다그치기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소환된 기업인들 라인업 역시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만큼 실속 없는 국감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빗발친다.

실제 국감 시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노태문 사장은 2021년 '갤럭시 워치4'와 '갤럭시 버즈' 등 제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한다는 이유로 국감에 소환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마트24 국민지원금을 제품 판매 기회로 삼았다는 이유다. 노 사장은 이 질문에 "갤럭시 워치4는 8월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제품으로 시기를 맞춰 이마트24 편의점에 공급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지난해에는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이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해 "가계 통신비 부담에 단말기 제조사들도 가담하고 있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 국감에서 나오는 질문들을 보면 진짜 문제가 있어서 (기업인들을) 부르는 것인지 저의를 모르겠다"며 "의원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윽박지르는 '보여주기' 수준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으로 한시가 바쁜 가운데 무의미하게 기업인을 호출하는 잘못된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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