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사망] 권력투쟁 불보듯…중동 파장에 서방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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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4-05-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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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지도자 유력 후계자 사망…이란 '격동 시기' 진입

  • 암살 음모론 일파만파…국내 적 혹은 이스라엘?

  • 강경파 권력투쟁 예고…하메네이 아들 전면 등장하나 

  • 경제·사회·정치 불안정 '극심'…대중 시위 또 부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란 대통령의 사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인자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란 강경파 간 권력 투쟁이 일면서, 중동 전역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중동 전역 '안갯속'으로…사망 둘러싼 음모론 확산  
ABC방송, CNN 등 외신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중동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였던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는 이란 정치 및 사회 불안정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은 수십 년간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팔레스타인 등지의 무장단체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맞섰다. 문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긴장이 최고조를 찍은 상황에서 헬리콥터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이란과 이스라엘은 오랜 기간 유지했던 그림자전쟁에서 벗어나 전면전을 벌였다. 갑작스러운 헬리콥터 사고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중동 전역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든 셈이다. 

지금까지는 헬리콥터 추락 사고에 이스라엘이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 또한 이스라엘 관리들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외신들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해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현지 언론과 서방 언론 모두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꼽았지만, 라이시 대통령 일행이 타고 있던 총 3대의 헬기 중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이한 이란 외무장관이 타고 있던 헬기만 경착륙한 데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 등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이란 내 적들이 이번 사고를 꾸몄거나, 이스라엘이 사고의 배후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과학자 등 이란 유력 인물들을 암살하곤 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모사드가 이란 고위 정치인을 겨냥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 개입 가능성은 작게 봤다.
 
강경파 권력투쟁 불보듯…하메네이 아들 전면 등장하나 
이란 내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85세로, 후계자 선정이 불가피한 나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인물이다. BBC는 “이란에서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자리를 둔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유력 후계자가 사라지면서 권력다툼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최고지도자 세습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공식 직책은 없으나, 이란 정부 내 인사권을 쥔 비선 실세로 통한다. 가디언은 “라이시 사망으로 세습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며 이란 내에서 권력 세습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새 대통령은 50일 이내에 선출돼야 한다. 모하마드 모크베르 이란 제1부통령이 일단 대통령직을 승계한 후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준비할 예정이다. 일부 외신은 권력 싸움으로 인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이란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 사회 및 경제 불안정은 심화될 전망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이란 통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한 데다가 물가 상승률은 30%에 육박한다. 더구나 이란 당국이 2022년 발생한 히잡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이란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란 전문가 겸 미국 월간지 디애틀랜틱의 기고자인 아라시 아지지는 이란이 '격동의 시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지지는 "이란 내 세력 간 권력투쟁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그는 “대중 시위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며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지지는 라이시 사법부가 손에 피를 많이 묻힌 점을 고려할 때 이란인들이 그의 죽음을 크게 애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그의 사망은 ‘중대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고지도자가 모든 권한을 움켜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이란 국내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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