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검역 풀어 '금사과' 잡겠다? …요동치는 농심도 돌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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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 J 인스티튜트 원장
입력 2024-03-2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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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슈가 ‘금사과’ 이야기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개당 2000원도 하지 않던 후지 사과(상품) 소매가격이 3000원을 넘었으니 서민 가계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니 정부가 연일 과일값 안정 대책을 만들어 내느라 정신없다. 그나마 이번 주 들어 납품 단가 지원과 할인지원 확대 등 정부의 대대적인 물가안정대책으로 사과 소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니 다행이다.
 
필자가 보기엔 앞으로 사과 가격이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조생종 사과인 쓰가루(아오리)가 나오는 7월까지는 사과 가격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8월부터 홍로가 출하되고, 9월에는 후지 사과가 본격 출하되니 시간이 갈수록 작년 수확기에 저장한 사과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저장 사과는 6월이 지나면 맛도 떨어져 자연스레 소비자의 손은 복숭아나 참외, 수박, 딸기 등으로 옮겨지고 사과 수요도 자연 감소한다. 사과 저장업체나 유통업체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결국 4월과 5월이 고비인데, 앞으로 두 달 동안 저장 사과 시중 공급량이 생각만큼 크게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연간 사과 소비량은 50만톤 정도다. 식용 소비는 약 45만톤 수준이고, 주스나 잼 등 가공용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가 약 3~5만톤이 소비된다. 사과 소비 성수기인 추석과 설이 있는 달에는 6만톤 내외의 사과가 팔린다. 따라서 추석과 설이 있는 달을 빼면 월평균 신선 사과 소비량은 대략 3만3000톤 안팎이다.
 
작년 사과 생산량이 약 39만톤이니 평년 소비량 50만톤 대비 11만톤이 부족하다. 그러나 가공용 4만톤 정도를 빼면 식용 소비 부족량은 7만톤 내외다. 정부가 가공용 사과 수요를 수입산 냉동 사과와 기타 냉동 과일로 대체할 것을 장려하고 있어 신선 사과의 가공용으로 이용은 상품성이 극히 떨어지는 일부 사과에 국한되고 그만큼 식용사과의 공급량이 늘어난다. 못난이 사과가 시중에 많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비싸진 가격 때문에 사과 소비도 일정 부분 감소한다. 향후 두세 달 신선 사과 공급 부족량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사과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 수요 감소, 점차 출하가 늘어나는 참외와 딸기, 수박, 거기다가 저렴하게 공급되는 수입 오렌지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앞으로 사과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실제 지난 2011년의 사과 생산량은 38만톤으로 2010년 46만톤 대비 약 20%가 감소했으나, 이듬해 사과 가격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사과 소비 감소 및 대체 과일의 공급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올해 사과 생산이다. 작년과 같이 개화기 저온 피해, 여름철 폭우 및 탄저병 발생 등으로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다면 사과 가격은 추석을 맞아 급등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사과 생육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안정적 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필히 재배 기술과 품종 개량은 물론 인력 고령화에 따른 첨단 기술의 접목이 포함되어야 한다.

한편 이번 ‘금사과’ 논란과 관련하여 식물검역을 풀어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생과실이나 열매채소는 과실파리와 코드린나방이라는 해충이 있으며, 바나나에는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있다. 특히 사과에는 과실파리류, 잎말이나방류 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유해 병해충이 국내 유입되면 매년 방제에 수백억원이 들어감은 물론 다른 과일에도 피해를 주고, 우리의 과일 수출도 어려워진다. 개별 과일마다 그와 관련된 특정 유해 병해충이 있고, 과일별 검역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포도는 수입되는데 왜 사과는 수입 금지냐는 주장은 검역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결과일 것이다.
 
검역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8단계에 이르는 위험평가과정에서 수출입국 서로가 검역자료를 교환해 과학적 검토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상대국이 제공하지 않으면 검역 절차를 진행할 수 없고, 검역은 무한정 늘어진다. 이런 이유로 위험평가는 통상 7~8년 이상이 소요되며, 때로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제주 감귤이 뉴질랜드에 수출되기까지 23년이 걸렸다는 점은 검역의 특성을 이해하는 좋은 예다.
 
또한 검역을 위장된 수입제한 조치로 이용하거나 고의로 위험평가를 지연하면 그 자체로 WTO 협정 위반이다. 실제 위험평가를 불필요하게 지연하여 WTO 패널에서 패소한 예도 적지 않다. 따라서 검역 과정을 수입제한으로 활용하거나 인위적으로 지연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검역은 동식물 및 인간의 건강과 병해충의 유입 방지를 위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운영되는 것으로, 검역 이외 다른 요소가 끼어들어 검역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금물이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 사과 가격이 언론에 빠지지 않고 있다. 과연 향후 사과 가격이 급락했을 때도 지금처럼 온 언론이 나서서 급락을 지적하고 정부가 대대적인 가격안정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소비자가 중요하듯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산자도 똑같이 중요하다. 소비자와 생산자와 모두를 균형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아쉽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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